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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댐 붕괴대비 물 뺀 파로호 "펄에 옥수수라도 심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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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댐 붕괴대비 물 뺀 파로호 "펄에 옥수수라도 심어야죠"

입력
2002.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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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강원 화천군 화천댐. 물 빠진 화천댐 일대 파로호는 펄로 변하거나 벌써 거북등처럼 갈라지고 있었다. 농선(農船)과 어선, 그물들이 여기저기 나 뒹굴고 펄에는 죽은 고기와 조개들이 곳곳에 널려있다. 생계가 막막해진 일부 주민들은 펄에 옥수수나마 심겠다며 쟁기질을 하고 있었다.■ ‘뭘 먹고 사나’ 한숨

금강산댐 균열에 따른 최악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화천댐 물을 방류하면서 파로호에 의지해 온 지역주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화천댐의 이날 현재 수위는 150㎙로 물을 뺄 수 있을 때까지 다 뺐다. 상류로 올라갈수록 물줄기는 실개천으로 변하고, 골짜기는 바닥의 허연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펄에 갇힌 낚시터 좌대와 민가들은 졸지에 오도가도 못하는 형국이 돼버렸다.

댐 바로 위의 삼밭낚시터. 주인은 간 데없고 문에는 자물쇠가 잠겨있고, 낚시터 밑에 어선 두 척이 나뒹굴고 있었다.

화천군 간동면 동촌2리. 속칭 ‘비수구미’로 알려진 이 마을 30여 가구 주민들은 나룻배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으나 배가 펄에 박히고 자가용도 없어 읍내 나들이에 6만원이 들어간다. 농자재나 일용 잡화의 수송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 마을 최낙원(62)씨는 “물이 있을 때는 행락객을 상대로 장사를 해 먹고 살았는데 살길이 막막하다”며 “물 건너 산의 산채 채취가 유일한 부수입원이었는데 펄 때문에 건너갈 수도 없다”고 한숨 쉬었다.

■ ‘펄에 농사’ 걱정 앞서

호수건너편에 살던 황선근(58)씨 등 두 가구는 아예 외부통로가 끊겼다. 황씨는 “뱃길이 끊기는 바람에 5분 걸려 나가던 길을 1시간이상 산속을 헤매야 외부와 연결된다”고 말했다.

양구읍 상무룡1리 어민들은 트랙터나 소를 빌려 물 빠진 펄을 갈고 있었다. 조업구역을 상실한데다 호수 건너편에서 경작하던 논과 밭도 물이 빠지면서 농기계를 이동할 수 없게돼 농사를 포기했다. 펄에서 농사를 지어볼 요량이지만 걱정이 앞선다.

한 어민은 “앉아서 굶어죽을 수는 없어 옥수수라도 심어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곽영승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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