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직전 400%대에 육박했던 국내 제조업의 부채비율은 1967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200%이하로 떨어졌지만, 영업이익률은 사상 최저를 기록하는 등 제조업체들이 실속 없는 장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은행은 15일 발표한 ‘2001년 기업경영분석’에서 우리 경제가 저성장 시대 진입을 앞둔 만큼 과거와 같은 매출신장을 통한 영업이익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 및 고부가가치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실속없는 장사
지난해 영업이익에 금융비용과 환차손익 등을 합한 경상이익률은 제조업의 경우 전년(1.3%)보다 크게 하락한 0.4%를 기록했다. 2000년에 기업들이 1,000원 어치를 팔아 13원을 남겼다면 작년엔 겨우 4원을 남긴 것이다.
한은 정정호 경제통계국장은 “금리하락으로 금융비용 부담이 줄어들어 제조업 경상이익이 흑자를 기록했지만, 금리가 내려가지 않았다면 적자를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보통신제조업의 경우 매출액이 전년 24.6% 증가에서 7.9% 감소로 전환되고 영업이익률도 11.6%에서 2.5%로 급감, 전체 기업의 수익성 악화를 주도했다.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비율은 제조업이 132.6%로 전년(157.2%)보다 24.6%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금융비용도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더 많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 부채비율 하락은 출자전환 덕분
지난해 국내 제조업체의 부채비율은 28.4%포인트 하락, 35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부채비율 100%이하 업체의 비중은 99년 25.4%에서 작년 37.2%로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이는 주식발행, 출자전환, 채무면제 등에 따른 것으로 차입금 상환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작년에 하락한 부채비율 28.4%포인트 중 출자전환, 채무면제가 가져온 하락효과는 13.5%포인트였으나 차입금상환에 따른 하락효과는 1.3%포인트에 불과했다는 분석이다.
부채비율은 미국(작년 159.4%), 일본(2000년 159.7%)에 비해서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 설비투자 ‘겨울잠’
제조업의 토지, 건물, 기계장치 등 유형자산은 경기전망 불투명 등에 따른 설비투자 부진의 여파로 전년 말 대비 1.5% 감소했다. 특히 설비투자와 직결되는 기계장치는 6.5% 감소했는데, 이는 기존 설비에 대한 대체투자가 적었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업의 현금보유 비율은 2000년 13.5%에서 작년 16.4%로 증가, 기업들이 돈을 쌓아둔 채 투자를 기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