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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러시아 공동위원회 설치 합의…'냉전의 장례식'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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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러시아 공동위원회 설치 합의…'냉전의 장례식'을 치렀다

입력
2002.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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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주도하는 유럽안보협력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14일 냉전시대의 주적이었던 러시아를 나토 최고의사 결정기구에 편입시키는 역사적인 공동위원회 설치에 합의했다. 이로써 1949년 창설된 나토는 50여년 만에 가장 획기적인 역사적 전환점에 서게 됐다.이날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나토 19개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러시아가 회원국과 동등한 자격을 갖는 ‘나토_러시아 위원회’ 설치키로 해 러시아에 대한 적국 개념을 명시적으로 완전 소멸시켰다.

◆ 냉전시대의 장례식

이는 냉전시대 러시아 및 동구권의 안보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결성된 나토의 창설 명분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1991년 동구권 붕괴 이후 소멸된 냉전구도가 나토라는 단일 안보체체로 흡수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러시아의 나토 위원회 참여에 대해 “냉전의 장례식” 이라는 말로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15년 전만 해도 적국이었던 러시아가 이제 친구이자 동맹국이 됐다” 며 “나토 역사상 이보다 더 큰 변화는 없을 것” 이라고 감격해했다.

조지 로버트슨 나토 사무총장도 “지난 40년 간 증오와 두려움의 벽을 두고 으르렁대던 국가 간 긴장의 시대가 종식됐다” 며 대 러시아 관계의 새 장이 열렸다고 강조했다.

이날 합의된 나토_러시아 위원회는 테러대응, 핵 및 생화학무기 확산 통제, 미사일방어(MD), 지역분쟁의 평화유지 및 관리, 민간인 보호, 해상수색 및 구조 등 국제안보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공동전략 수립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19+1’ 이란 주변적 성격에서 회원국과 동등한 자격으로 위원회에 참여함으로써 과거 발칸분쟁에서 노출됐던 것과 같은 국제분쟁에서의 미국_러시아 간 이견이 상당히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를 포함한 이번 위원회 설치가 러시아의 나토에 대한 완전한 회원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나토는 회원국 간 핵심 상호방위 역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러시아가 나토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미래에 발생할지 모르는 러시아의 관계악화가 나토의 회원국 간 상호안보 보장이라는 근간을 흔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러시아의 역할은 나토가 간여하는 국제문제의 개별 사안에 대해서만 동등한 목소리를 내는 수준이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위원회 설치가 급진전된 것은 9ㆍ11 테러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러시아는 대 테러전쟁이 전 지구적 사안이라는 미국의 명분을 전격 수용함으로써 나토의 군사행동을 사실상 용인했고, 나토의 동진(東進)을 용인하는 대신 서방과의 정치ㆍ경제적 결속을 강화함으로써 실익을 얻는 전략을 택했다.

◆ 나토의 확대

28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나토_러시아 정상회담이 주목받는 것도 이 자리에서 나토_러시아 위원회가 정식 서명된다는 점도 있지만 동구권 국가들에 대한 나토 가입이 본격 논의된다는 점 때문이다.

이날 거론될 나토 가입희망 후보국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을 포함,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마케도니아 알바니아 등 모두 9개국. 옛 유고연방이었던 크로아티아가 14일 가입후보국으로 승인됐지만, 이 자리에서는 발트 3국과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7개국에 대한 논의가 중심을 이룰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가입국이 최종 확정되는 11월 체코 프라하 나토 정상회담에서 최소 발트 3국, 최대 이들 7개국에 대한 가입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측은 루마니아 불가리아를 1차 가입후보국으로 논의하는 데 대해 “동구권의 정치불안정을 나토가 수입하는 꼴” 이라며 반대하고 있으나 현재는 나토가 루마니아와 같은 불안정한 국가에 안정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미국의 입장이 보다 강력한 상황이다.

나토_러시아 위원회는 로마 서명 이후 매년 4차례 외무장관급으로 열리는 회담을 포함, 매달 개최된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美 "외교", 러 "경제" 화해무드 속 실리 챙겨

나토 내에서의 러시아의 부상은 미국의 대 테러전쟁 이후 가속화했다. 냉전구도로는 테러전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는 미국의 논리와 이를 나토를 통해 정치ㆍ경제적 위상을 높이는 지렛대로 사용하겠다는 러시아의 속셈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과 러시아의 결속은 지난해 6월 슬로베니아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를 동맹국으로 지칭한 이래 최근 중동사태를 중재할 4자간 회담 주체로 러시아를 끌어들이는 등 계속된 화해무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나토의 동진을 반대해 온 러시아가 나토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정책으로 급선회한 데는 무엇보다 경제적 이익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정치적 영향력이 미미해진 동구권 국가에 대한 지분을 포기하는 대신 러시아 기업의 서방지출을 용이하게 하고 특히 유럽측으로부터는 유럽경제 체제로의 편입을 가까운 미래에 보장받겠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중동사태에 적극 개입하는 데는 정치적으로 위상을 유지하겠다는 것도 있지만, 이 지역의 석유산업에서 자국의 이익을 놓치지 않겠다는 요인이 가장 큰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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