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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난민 쫒은 비인도적 日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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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난민 쫒은 비인도적 日외교

입력
2002.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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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빠진 사람은 건져주고, 쫓기는 사람이 있으면 숨겨주는 것이 사람의 도리다. 이웃집에 불이 나면 같이 불을 끄고,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나누어 주는 것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그런데 일본은 도망쳐 온 난민을 쫓아냈으니 인륜을 저버렸다는 비난을 면할 수가 있겠는가.

길수군 가족 5명이 중국 선양(瀋陽) 주재 일본 총영사관에 들어가기 직전 아나미 고로시게(阿南惟茂) 주중 일본대사가 “탈북자가 들어오면 쫓아내라”고 지시했다는 소식은 귀를 의심케 한다. 난민조약에 가입한 나라, 선진국이라는 나라가 어쩌면 그럴 수가 있을까.

난민조약은 인간이 국적이나 인종 종교 등의 이유로 박해 받을 수 없도록 보장한 국제 협약이다. 협약이나 법 같은 규범이 아니더라도, 보호를 요청한 사람을 감싸주는 것이 인륜이다.

지금까지의 관례로 보아 그들이 일본에 망명을 요청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일본 외교관들은 다 알 것이다.

일시적인 보호요청을 물리친 정도가 아니라, 대사의 지시에 따라 쫓아낸 꼴이니 강제로 부녀자들을 끌어낸 중국 공안의 야차 같은 행위와 다를 것이 무언가. 일본측 동의를 얻어 연행했다는 중국측 발표를 부정할 근거는 무언가.

1980년대 일가족을 배에 태우고 일본에 도착한 김만철씨 일가 망명사건에서 보았듯이, 일본은 난민인정에 매우 인색한 나라다.

월남 패망 후 바다를 떠돌던 베트남 보트피플을 문전축객한 일이 많아 국제여론의 비난을 산 나라도 일본이다.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이 나라에도 격과 품위가 있다. 일본은 자존심도 없느냐는 비난이 부끄럽다면 마땅히 그런 지시를 내린 경위를 소상히 해명하고, 납득할 만한 조치가 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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