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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LOVE SOCCER] 아이와 함께 축구장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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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LOVE SOCCER] 아이와 함께 축구장 가기

입력
2002.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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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올해 일곱 살이 된 아들이 하나 있다. 그리 짧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생을 살아오면서 내가 내 생애에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중의 하나가 녀석을 낳은 일이다.다른 모든 부모들이 그러하겠지만 그는 내 삶의 중대한 이유이면서 일상의 모욕을 견디는 힘이고, 고단한 생애의 작고도 큰 위로가 된다.

나는 그가 진심으로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 오늘도 행복에 대해 고민한다. 나 자신도 잘 알지 못하는,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아들을 데리고 경기장에 간 것은 두 번이었다.

사실 식구들을 다 끌고 경기장에 가기까지는 주부인 내 입장에선 여간 번거롭고 성가신 일이 아니다. 간식거리를 바리바리 준비하고 날씨에 맞는 옷을 골라 입히고 혹시나 하여 비옷에 모포까지 챙겨 넣는다.

처음에 아들은 축구를 보러 간다는 게 어떤 것인지도 모른 채, 무조건 신나고 재미있다는 엄마의 감언이설에 속아 동물원 가듯 가벼운 걸음으로 따라나섰다.

사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의 경기장은 가족들끼리 가기에 나쁜 편이 아니다. 그리 위험하지 않고 불상사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에 썩 좋은 환경 또한 아니다. 처음 보러 간 경기는 프로축구 결승전이었는데 옆자리에서 거나하게 취한 얼굴로 끝없이 줄담배를 피워대는 아저씨들(이런 식의 통칭을 쓰는 걸 용서하시라) 때문에 경기 내내 아이는 기침을 해댔고 결국 그 후 며칠 동안 독한 감기를 앓아야 했다.

그러자 아이는 “축구는 재미없다!”며 텔레비전으로 경기를 보고 있는 내게서 리모콘을 빼앗아 달아나기에 이르렀다.

다시 절반은 회유, 절반은 강압으로 데리고 가 아이와 함께 본 두 번째 경기는 지난 달 있었던 월드컵 대표팀의 대중국 평가전이었다.

경기장 환경은 예전에 비해 월등히 나았다. 범선을 형상화한 인천 문학경기장의 산뜻한 외양을 보고 아이는 ‘하늘로 날아가는 배’같다고 좋아했고 경기장 내 전체 금연이 실시되어 쾌적하고 안전했다.

우리는 서포터스 붉은악마를 마주본 자리에 앉았는데 아들은 경기 내내 응원을 따라하고 파도타기를 하며 즐거워했다. 경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이는 “다음엔 붉은악마 자리에 앉고 싶다”고 했다.

나는 아이를 데리고 미술 전시회나 음악회에 가듯 축구경기장을 찾는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희미해지겠지만 언젠가 아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인생을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는 재산이 되리라. 나는 그가 인생의 재미를 흠뻑 느끼며 살기를 바랄뿐이다.

소설가 김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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