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 최고위원이 15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비리의 ‘몸통’으로 지목하고 나선 것은 대통령 두 아들의 사법 처리와 함께 ‘비리 정국’이 수그러들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서 대표는 이날 “모든 권력형 비리의 몸통은 바로 김 대통령 자신이며 김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없이는 사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4차례나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를 언급했다.
서 대표는 ▦홍업(弘業)씨 자금이 대선 잔여금인지 여부 ▦97년 대선과정에서의 대우와의 관계 ▦최규선(崔圭善)씨에 친서를 맡긴 경위 ▦F-15K 구매 관련 로비 연루 의혹 ▦이희호(李姬鎬) 여사의 포스코 압력 의혹 등에 대해 김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몰아 붙였다.
홍업, 홍걸씨 사법처리 전망에 대해서는 “상황을 호도하려는 미봉책” 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김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이런 초강경 발언은 모처럼 거머쥔 정국 주도권을 더욱 틀어 쥐겠다는 의도에서다.
김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려 청와대를 ‘정쟁’에 끌어 들이고, 6월 지방선거와 12월 대선 쟁점을 ‘김대중 게이트’로 끌고 가겠다는 복안이다.
전선을 더욱 확대시킴으로써 청와대와 민주당에 ‘비리 정국’을 매듭지을 여유를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부담을 덜어 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실제로 서 대표가 최고위원 당선 이후 ‘선봉장’을 자임하며 김 대통령과 민주당을 여러 차례 난타한 반면 이 후보는 최근 대여 공격 수위를 크게 낮추고 있다.
당 관계자는 “청와대와 민주당에 대한 공격의 총대를 서 대표가 매고 이 후보는 서민 이미지 만들기 등 대선에 집중하는 일종의 역할 분담이 논의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성역’ 보호를 위해 특검제, 국정조사, TV 청문회 등에 부분적으로 응할 가능성도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서 대표가 이날 대통령 검찰조사를 “교착된 정국을 풀어나가기 위한 기본원칙이자 중대결심”이라고 못박으면서도 월드컵 기간 장외집회 자제와 장외 투쟁 자제 방침을 밝힌 것도 대화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상식 이하의 정치공세’ ‘선거만을 의식한 정쟁의 극치’로 평가절하했다.
조순용(趙淳容) 정무수석은 “월드컵, 경제가 다 어떻게 되든지 흔들고 보자는 발상”이라며 “이회창 후보가 시킨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조 수석은 “한나라당은 국세청 세금으로 대선 치르고, 안기부 자금으로 총선 치르고, 북한에 총질하라고 북풍을 일으킨 일부터 사과하라”고 반박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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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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