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논쟁 짜증스럽다" 단호노무현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남북 문제와 관련 자신이 친북인사가 아니냐는 질문이 집요하게 이어지자 ‘짜증스럽다’라는 표현까지 쓰며 전례 없이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설전은 “해방 당시 남과 북은 각각 미국과 소련을 등에 업은 분열세력에 의해 분단됐다”는 노 후보의 과거 발언을 둘러싸고 시작됐다.
한 패널리스트는 이 발언을 거론하며 “남한이 UN이 인정한 유일한 합법 정부였는데도 분열세력이었다고 말한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노 후보는 “맞다, 유일한 합법정부이면서도 분열세력이었다”고 답한 뒤 “내가 양 김의 화해를 중개하지만 양 김을 한국 민주화의 분열세력이었다고 말한 것과 같은 논리”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 패널리스트가 남북을 등가 취급하는 데 문제제기를 하며 “김대중 대통령도 지난해 6ㆍ25를 통일시도 전쟁이라고 했다”며 김 대통령의 대북 인식도 건드렸다.
노 후보는 이때 단호하게 “김일성과 북한 정권 입장에서는 통일하려고 한 것이다”라며 “사실은 사실 그대로 보면 된다”고 맞받아 쳤다.
노 후보는 이어 “나나 김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법통, 정통성을 믿지 않는다는 이상한 전제에서 계속 이런 질문이 나오는 것 같은데 적절치 않다”며 “대한민국에서 판사, 장관까지 지낸 사람과 대통령을 싸잡아 사상논쟁하려는 것은 짜증스럽다”라고 순간 흥분한 감정을 쏟아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최규선은 만난 적은 있다"
노무현 후보는 이날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와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씨를 만난 적이 있다고 밝히면서 경위와 배경을 설명, 눈길을 끌었다.
노 후보는 “내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지지도가) 뜬 뒤 평소 알고 지내던 김희완 전 서울정무 부시장이 ‘몇 가지 선거전략을 점검할 것이 있다’며 만나자고 해 밤 10시께 김씨 사무실로 찾아갔다”며 “그 곳에 낯선 사람이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바로 최규선씨였다”고 밝혔다.
노 후보는 “당시 최씨는 자신에 대한 소개도 하지 않고 다짜고짜 나에게 ‘미국에 다녀와야 한다’며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해 내심 불쾌했다”며 “이에 대해 우리 당에도 좋은 분들이 많이 있으니 앞장서서 일하지 말라고 충고했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최씨와의 만남에 대해선 “10분 정도 얘기했으나, 별다른 인상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노 후보는 또 자신과 최씨 및 타이거풀스 대표 송재빈 씨와의 만남에 대한 일각의 시선을 의식한 듯 , “정치하는 사람의 일 중에 제일 많은 것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며 “끊임없이 도움을 얻고 한 수를 배우려고 별의별 사람을 다 만난다”고 말헸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숨은 재산 나오면 후보 사퇴"
노무현 후보는 14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이례적으로 자신의 재산과 형성 과정을 공개했다. 노 후보는 이날 “숨긴 재산이 나타나면 대통령 후보직을 내놓겠다”고까지 공언했다.
노 후보는 “1978년 5월 변호사 개업 이후 1981년 국가보안법 조작사건인 ‘부림사건’ 이전까지 상당히 돈을 벌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다 1986년 9월부터
업무가 사실상 정지돼 동료 변호사에게 모두 넘기고 반독재투쟁에 전업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노 후보는 “당시 시골에 작은 버스회사를 사서 운영하다가 87년9월 구속되면서 재산을 정리, 남은 처자식이 먹고 살라고 중고자동차 매매상사를 1억3,000여만원 주고 샀다”며 “그마저 보안사가 동업하던 친구를 뒷조사하고 겁을 줘 판 뒤 진영 땅을 샀는데 4억원 하던 것이 나중에 8억원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그 때부터 지금까지 (재산) 변동없이 지금까지 쭉 갖고 왔으며, 그 외의 재산은 없다”고 단언했다. 노 후보는 특히 “내 재산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내가 숨겨놨다는 재산의 절반이라도 주고 재산 얘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한 뒤 “숨은 재산이 있으면 재산도, 대통령 후보 자리도 다 내놓을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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