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검찰이 진승현(陳承鉉)씨로부터 거액의 로비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민주당 김방림(金芳林)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이날 국회는 없었다.6일 개회된 5월 임시국회는 8일째인 이날까지 일부 상임위만 간헐적으로 열릴 뿐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문제 등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이견으로 의사 일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화 전망도 불투명하다. 양당 지도부의 시선은 25일까지 완료해야 하는 16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에 온통 쏠려 있다.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각기 원하는 만큼 차지하기 위해서는 이대로 국회를 공전시켜 원 구성 기한을 그냥 넘겨도 상관 없다는 분위기다.
예보채 차환동의안 등 대형 현안에 대한 논의도 자연히 답보 상태다. 이날 재경부 차관이 한나라당 당사를 찾아와 협조를 구했지만 한나라당은 요지부동이다.
때문에 이번 국회는 오로지 김 의원 보호를 위한 방탄 국회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다.
김 의원의 혐의가 속속 드러나고 수수 액수도 늘고 있는 데도 국회의 벽에 막혀 사법처리가 지연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그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고 있지만, 당략에 집착해 비리 규명과 단죄에 협조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양당의 차이 점은 없다.
연일 비리 의혹 규명을 외치고 있는 한나라당이 국회 정상화를 통한 체포 동의안 처리에 적극성을 보여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비리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TV 청문회를 요구하면서 김 의원 문제를 외면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민주당도 "김 의원 구속을 막으려고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의구심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국회 정상화에 전향적으로 임해야 할 것 같다.
과거 한나라당의 거듭된 방탄 국회 소집을 그토록 손가락질했던 민주당이기에 더욱 그렇다.
유성식 정치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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