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처음으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는 시종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 중심의 단합과 결속을 강조했다. 10일 전당대회의 최고위원 경선 후유증으로 4일만에야 열린 회의는 단 1분만에 서청원(徐淸源) 최고위원을 대표로 선출하는 등 민감한 안건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합의제 집단지도체제의 본격 가동을 앞두고 당 안팎에 일어 온 우려를 씻기 위해 지도부가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관심이 집중됐던 대표 선출은 의외로 싱겁게 매듭지어졌다. 경선 결과에 은근히 불만을 표했던 강재섭(姜在涉) 최고위원이 먼저 “최다 득표를 한 최고위원이 대표를 맡는 것이 순리”라고 제안하자 다른 최고위원들이 박수로 동의, 이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후보 경선과 최고위원 경선 이후 하나로 뭉치는 모습은 정당 역사에 볼 수 없던 일” 이라며 자랑했다.
최고위원회의는 이어 대표의 최고위원 지명과 주요 당직 개편을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자는 데 쉽게 합의했다. 권력비리 공세를 계속하고 지방선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의지의 확인이다. 이 후보도 서 대표와의 전화통화에서 후보가 지명하는 최고위원 인선을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기로 뜻을 같이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 앞선 최고위원들과의 상견례에서 “우리 스스로 몸을 낮추고 결의를 다져 국민의 기대와 희망에 부응하는 정당으로 거듭나자”고 말했다.
서 대표 선출로 한나라당은 외견상 ‘이 후보-서 대표’ 체제가 본격 가동됐지만, 서 대표는 회의 후의 기자간담회에서 “양대 선거 승리를 위해 이 후보에게 당력과 전략을 집중시켜야 한다”며 “대표와 대선 후보의 관계라는 말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서 대표와의 일문일답 요지.
_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 등 노풍(盧風) 대응 전략은.
“김 전 대통령의 뿌리는 한나라당이다. 노풍을 꺾는 것이 서풍(徐風)이다. 정계개편을 거론하는데 무너지는 집에 누가 가겠는가.”
_청와대에서 정쟁 중단을 요구했는데.
“월드컵 기간에는 할 일은 당당히 하면서도 모양새 있게 정국을 운영하겠다. 다만 국정조사 수용 없이는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와 만날 의사가 없다.”
_김덕룡(金德龍) 의원 등 비주류 포용책은.
“지도체제가 바뀌었으니 그분들도 달라질 것이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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