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국내 출시된 가정용 게임기인 소니 플레이스테이션(PS)2가 게임타이틀 부족으로 이용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현재까지 게임내용이나 설명서가 한글로 제작돼 정식 출시된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의 PS2 게임은 ‘SSX트릭키’, ‘그란투리스모2002 도쿄서울’, ‘진삼국무쌍’ 등 단지 15종. 1,000여종이 출시된 미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그나마 출시된 게임도 히트작은 2,3종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용자들은 서울 용산전자상가 등지에서 불법 유통되는 일본 밀수게임이나 불법 복제품을 구입하고 있다. 밀수품의 경우 3만~4만원대인 국산 정품에 비해 6만~7만원대로 가격이 두 배 이상 비싸 이용자들을 이중으로 울린다. 밀수품 가운데 ‘위닝일레븐6’, ‘그란투리스모3’, ‘에이스컴뱃4’ 등 아직 국내 출시되지 않은 일본의 히트게임들은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여서 중고품도 4만~5만원에 거래되는 실정이다.
또 불법 복제품을 사용하려면 5만~7만원의 비용을 들여 기기에 복제CD 인식칩을 장착하는 등의 변조작업을 해야 한다. 이 경우 SCEK측에서 애프터서비스(AS)를 받을 수 없지만 이용자들은 국내 출시되지 않은 복사판 일본 게임을 싼 값에 이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돈을 들여 기기를 변조하고 있다. 복사CD의 경우 1만~2만원 선에 거래된다.
회사원 김진만(35)씨는 “화제의 게임기라고 해서 40만원 가까운 돈을 들여 PS2를 구입했는데 재미있는 정품게임은 턱없이 부족하고 밀수품마저도 비싸서 괜히 샀다는 후회가 든다”며 “제작자는 하드웨어 판매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즐길 수 있을 만한 소프트웨어를 충분히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타이틀 부족에 대한 이용자들의 원성이 늘면서 최근 기기판매도 주춤해 출시 석달이 지난 현재 10만대 정도에 그치고 있다. SCEK의 올해 목표 100만대는 거의 불가능한 셈이다.
이에 대해 SCEK 관계자는 “PS2용 게임은 한글화 작업에 1편당 2억~5억원의 큰 돈이 드는데다 국내 PS2 인구가 30만명에 불과해 게임개발업체들이 선뜻 제품을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연말까지 100개의 타이틀을 한글화해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용자가 100만명 정도 되면 일본과 동시출시 게임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출시 타이틀이 늘어나려면 무엇보다 기기판매를 늘려 시장을 확대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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