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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이어 선율에 젖을 월드컵 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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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이어 선율에 젖을 월드컵 전야

입력
2002.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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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누군지 아세요? 바로 머레이 페라이어입니다.“페라이어의 친구이기도 한 세계적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의 말이다.

미국 일간지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는 더 과감한 찬사를 보냈다. “금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알려져 있는 머레이 페라이어. 사실상 그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주자다”라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이란 표현은 사실 지나친 감이 있다.

그러나 거장이니 최고니 하는 표현이 남발되는 경향이 없지 않지만, 페라이어가 우리 시대의 가장 뛰어난 피아니스트 중 한 명임은 분명하다.

클래식 팬들이 오래 동안 기다려온 머레이 페라이어(55)가 월드컵 전야인 30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 독주회를 갖는다.

3년 전 그의 내한이 추진되다 IMF 사태 여파로 취소돼 아쉬움을 남겼었다.

그의 연주는 그동안 음반으로만 들을 수 있었다. 1974년 슈만의 ‘환상소품집’과 ‘다윗 동맹 무곡집’을 실은 첫 음반 이후 지금까지 소니에서 50여 장의 음반을 냈는데, 한결같이 뛰어난 연주를 담고 있다.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전곡 녹음을 비롯해 베토벤, 슈베르트, 슈만, 쇼팽 등 고전ㆍ낭만음악을 주로 연주하던 그는 90년대 초반 바흐로 돌아간다.

91년 손가락 부상으로 여러 차례 수술을 받고 4년 가까이 전혀 연주할 수 없게 됐을 때 바흐의 모든 음악을 듣고 연구했다.

그 결실인 바흐의 ‘영국모음곡 1, 3, 6번’과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그래미 최고 음반상을 받았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지난해 그라모폰 최고 음반상까지 받았다. 최근에는 베토벤과 슈베르트에 다시 몰두하고 있다.

그의 매력은 무엇일까. 촌티 나는 외모에 평범하고 소탈한 모습이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음악의 본질을 곧장 파고드는 성실함으로 깊은 감동을 주곤 한다. 과장이나 꾸밈 없이 악보에 담긴 진실을 건져올려 표현한다.

수많은 피아니스트 중에도 그를 특별하게 만드는 점은 바로 이 같은 진지함과 겸손함일 것이다.

1947년 뉴욕 태생인 그는 4세부터 피아노를 시작했는데, 메네스 음대 시절에는 피아노가 아닌 지휘를 전공했다.

학창시절부터 실내악을 즐겨 솔리스트로 나설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1972년 공부 삼아 참가한 리즈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행로를 바꿨다.

이번 공연에서는 베토벤 소나타 27번, 슈베르트 소나타 20번과 함께 쇼팽의 소품들로 발라드, 마주르카, 야상곡, 연습곡을 들려준다. (02)751-9606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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