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집으로…’의 김을분(77) 할머니가 집을 떠난다고 한다. 영화는 대성공을 거뒀지만, 주인공은 60평생 살아온 충북 영동군의 산골마을 집을 떠난다니 가슴 아프다.할머니가 ‘얼마 벌었느냐’는 사람들의 점잖지 못한 궁금증에 시달리고, 집 주위를 기웃거리는 건장한 남자들도 생겨 ‘산골소녀 영자’와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을까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영화사와 영동군청이 그 지통마 마을을 관광상품화 하기로 해 더 이상 시달릴 수 없다고 한다.
할머니의 처지가 이해되고 치안을 불신하는 가족의 불안에도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할머니가 마을을 떠나는 것은 섭섭하다.
문화현장에는 주인공이 있어야 한다. 그 대신 할머니가 마을을 떠나지 않고 여생을 편히 마치도록 사회가 할머니와 지통마 마을, 그 위쪽의 세트장을 잘 보호하고 관리해야 한다.
영화사와 군청, 촬영현장으로 관광열차를 운행하려는 철도청 등은 돈벌이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다.
돈 벌 궁리 전에 할머니와 가족이 안심하며 동네에 거주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할머니 집과 마을 집들이 별안간 생겨난 외부의 관심으로부터 보호 받고 프라이버시가 존중되도록 여러 시설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집으로…’가 관객 330만명을 넘겼으면서 할머니에게 출연료 3,000만원만 지급한 것은 너무 인색하지 않느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세상의 못된 탐욕 때문에 아버지를 여읜 영자 소녀의 산골 외딴집과 달리, 할머니의 집은 여덟 집이 밭농사를 지으며 사는 비교적 안전한 마을 안에 있다.
김을분 할머니는 이제 영화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 문화인이다. 문화현장을 보존하고 의미를 높이는 데는 할머니와 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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