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손으로도 빛을 그릴 수 있을까? 생명의 실상의 빛을.”화가 방혜자(65)씨는 자신의 그림이 빛에 대한 찬탄과 의문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사물 바깥의 빛, 안으로부터 새어나오는 빛,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의 창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빛을 표현하고 싶은 욕망이 그로 하여금 그림을 그리게 했다고 한다.
6월 6일까지 경기 광주시 영은미술관(031-761-0137)에서 열리는 ‘동방의 숨결’ 전은 이처럼 ‘마음의 빛’을 추구해온 세 명의 작가를 만날 수 있는 자리다.
방씨와 도예가 김기철(69) 설치작가 양주혜(47)씨는 각기 작업의 재료와 방식은 다르지만 자연의 숨결에 귀를 기울여 우리의 삶에서 일상의 도를 찾으려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김기철씨는 경기 곤지암에서 농사를 지으며 옛 도공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 작가다.
백자의 겉면에 거칠고 투박해 보이는 흙을 발라 완성하는 그의 작품은 자기의 깨끗함이나 도도함보다는, 흙으로 대표되는 자연의 소박함을 보여준다.
늪에서 채 개화하지 않고 반쯤 피어있는 연꽃, 훌쩍 뛰어오르려 하는 개구리를 달고 있는 연잎, 물이 담긴 작품안에 작은 꽃잎이 떠있는 등의 형상이다. 무심하고 소탈한듯한 외관 속에 숨겨진 존재의 아름다운 빛을 그의 작품은 드러내려 한다.
펠트에 자연 염료로 작업하는 방혜자씨는 ‘생명의 빛’ ‘생명의 숨결’ 연작으로 자신이 느끼는 빛의 다양한 형상을 표현했다.
화면 자체는 추상적이다. 하지만 마치 나무와 바람, 자갈과 개울물이 서로 자연스럽게 조화하는듯한 형태와 색채의 구성을 통해 그는 자연의 숨결과 소리를 들려준다.
40여년간 프랑스 파리에서 작업하며 동양적 정체성을 추구해온 방씨는 지난해 귀국, 영은미술관에 입주해 생활하면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전동차 설치, 이천 도자기엑스포 상징조형물 작업 등을 통해 일관되게 불교적 법계(法界)의 세계를 모색해온 양주혜씨는 이번 전시에서 6㎙ 높이의 전시장 천장에서 수많은 전구를 늘어뜨린 설치를 선보인다.
흔들리는 전구로 가득 찬 공간을 관객이 자연스럽게 따라 돌면서 스스로 자아의 길을 찾게 하려는 의도이다.
길게 늘어진 전깃줄은 조그마한 자극에도 이리저리 흔들리며 반응하지만 거기 매달린 전구를 통해 나오는 빛은 우리 마음의 근원에 있는 청정심의 상징이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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