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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세상 / '예비노인 프로그램' 개설… 50대부터 미리 '노인연습' 해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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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세상 / '예비노인 프로그램' 개설… 50대부터 미리 '노인연습' 해두세요

입력
2002.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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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되기 전에 미리 연습하세요.”편안하고 성공적인 노년기를 맞기 위해서는 늦어도 50대부터 미리 계획을 세우고 ‘연습’ 해야 한다는 것이 일본, 미국 등 고령사회에서의 움직임이다. 국내에서도 이동원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가족문제상담클리닉 가족아카데미아 소장)가 지난해 5월부터 ‘예비노인프로그램’과 ‘조부모의 역할연습프로그램’을 개발, 운영중이다.

남편인 신경정신과 의사 이근후 열린마음클리닉 원장, 김동일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김초강 이화여대 건강교육학과 교수, 윤방부 연세대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등이 참여해 노인 건강, 가족관계, 돈 관리, 유언ㆍ상속 등 법률지식을 강의매뉴얼로 작성했다.

이교수가 예비노인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정년 퇴직한 친구의 남편을 오랜 만에 만나면서부터. 대기업 고위직으로 주위의 존경을 받던 친구 남편은 2~3년 만에 몰라볼 정도로 변해 있었다. 퇴직 후 외부 출입을 중단하면서 자폐증에 가까운 증세를 보였다.

그는 여성보다 남성이, 보통 직장인보다 고위직에 있었던 사람일수록 퇴직 후 대인기피증을 겪기 쉽다고 말한다. 가족들과 정서적 유대관계를 맺어온 여성과 달리 업무와 지위로 인한 관계만을 맺어온 남성의 경우, 일자리에서 떠나는 순간 거의 모든 대인관계까지도 없어지게 된다는 것. 이래서 예비노인연습은 빠를수록 좋다.

이 교수는 “노년기는 길어지는 반면 정년퇴직은 앞당겨지면서 미국의 경우 40, 50대 예비 퇴직자들이 전직을 준비하거나 인생을 바꾸려는 노력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예비노인프로그램에서는 특히 가족관계를 강조한다. 젊었을 때부터 자녀에게 투자해야 노년기에 가족으로부터 정서적 지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으로 이 교수는 ‘손자보기’를 꼽는다.

요즘 노인들 사이에서는 손자보는 것을 보상받을 수 없는 희생으로 치부하는 풍조가 있지만 그는 “손자보기는 자식을 위해서라기보다 바로 자신들을 위한 일”이라고 말한다. 손자를 돌봐주는 일로 노인들은 자부심을 얻게 되고 가족으로부터 정서적 지원을 얻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적당한 육체활동은 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물론 전적으로 손자양육을 떠맡는 것은 무리. 자신의 건강과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하루에 몇 시간을 본다든지 주말에만 보살핀다든지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이 교수는 “이왕 손자를 보기로 작정했다면 전문가가 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 프로그램은 실버타운 노블카운티, 월계사회복지관, 가족아카데미아 등에서 실시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교수는 노인들의 손자 돌보기를 위해 ‘조부모의 역할연습프로그램’을 추가로 개설했다. 육아를 적극적으로 분담함으로서 가족 내에서의 위치를 견고히 하고 삶의 보람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아이를 맡기는 부모와의 관계설정, 손주 다루는 법, 응급처치, 놀이지도 등을 포함했다. 김재은 창의성개발연구소 소장, 박은선 미술치료사 등이 교육에 함께 참여한다. 이교수는 은퇴예정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복지관 구청 등과 연계해 예비노인프로그램을 전파해 나갈 계획이다.(02)3277_2247

김동선기자

wee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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