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조카 선홍아. 남들은 한 번 출전하기도 어려운 월드컵에 4회 연속 나가는 네가 자랑스럽고 대견하구나. 제주에서 골 감각을 되찾고 몸 만들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는 너의 기사를 읽으며 네 모습을 떠올린다. 작은 아버지는 조카가 어린 후배 선수들을 다독이며 어느 누구 보다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있다는 소식에 기분이 너무 좋다.단내가 나도록 뛰어야 한다는 체력테스트 20㎙ 왕복달리기에서 138회나 기록, 후배 선수들을 제치고 팀에서 3위를 했다는 소식에 얼마나 마음이 흐뭇했는지 모른다.
최근 우리 가족에겐 슬픈 일이 많았다. 2일 밤 집안의 기둥이셨던 할아버지가 작고했고, 지난달 초에는 네 장인이 타계했다. 할아버지는 제주 훈련 하루 전 충북 예산의 고향을 찾은 너에게 “바쁜 데 어떻게 왔냐”고 말씀하셨지. 국가의 부름을 받고 병석에 누운 할아버지를 뒤로 하고 식사도 못한 채 부랴부랴 떠나야 했고, 빈소를 지키지 못했던 조카가 안쓰러웠다.
하지만 슬픔과 시련은 이제 접도록 하자. 할아버지도 손자에게 주어진 무거운 책임과 멍에를 잘 알고 계셨다. 조카는 지금 온 국민의 희망이다. 우리 팀의 16강 진출은 경험과 능력을 갖춘 조카의 어깨에 걸려있다. A 매치 통산 49골을 기록한 조카가 이번 월드컵에서 최고의 컨디션으로 제 몫을 해내는 것이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다.
조카가 어련히 알겠지만, 작은 아버지는 이번 만큼은 몸 관리를 특별히 잘 하길 당부하고 싶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직전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부상을 당해 벤치 신세를 져야 했던 불운을 다시 당하지는 말자. 솔직히 가족들은 94년 미국대회의 독일전에서 골을 넣은 기쁨 이상으로 큰 대회를 앞두고 부상에 시달렸던 악몽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몸을 사려서는 안될 것이다. 최근 실시한 왕복달리기 체력테스트에서 대표팀 내 해외파 가운데 최고의 지구력을 보인 것처럼 훈련 강도를 조금씩 높이면서 본선을 향해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후배 선수들과의 팀워크도 신경을 써야 한다. 승리는 조직력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조카 선홍이가 팀의 맏형다운 대범한 여유도 발휘하리라 굳게 믿는다.
작은 아버지는 선홍이가 축구 인생의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이번 월드컵에 모든 것을 쏟아 붓길 기도한다. 좋은 성적표를 들고 할아버지 영전에 절하는 조카가 되길 기대한다. 힘찬 날개 짓으로 그라운드를 제압할 ‘황새’ 조카 만세.
숙부 황규돈(57ㆍ서울 종암경찰서 모범운전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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