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 2위의 인터넷서점인 예스24와 와우북이 13일 합병을 발표함에 따라 인터넷서점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 닥칠 전망이다.최고 80%에 이르는 할인율을 앞세워 외형 키우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인터넷서점들이 고질적인 적자 경영을 타개하기 위해 대형 인터넷서점을 중심으로 헤쳐 모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예스24(대표 이강인)는 이날 와우북(대표 신용호)과 주식을 1대5 비율로 맞교환하기로 하는 합병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예스24는 미래와사람, 권성문 KTB네트워크사장, KTB네트워크 등 와우북의 대주주로부터 주식전량을 인수해 일단 와우북을 독립사업부문으로 흡수한 뒤 8월께 예스24의 상호로 합병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 할인경쟁이 초래한 인터넷서점 부실
인터넷서점은 매출 실적만 놓고 봤을 때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에 87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예스24는 올해 같은 기간에 253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와우북은 올 1분기에 85억원의매출을 올려 193%나 성장했다.
알라딘 역시 올 1분기에 지난해보다 100% 이상 성장한 7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문제는 140개(2001년 10월말)가 넘는 인터넷서점이 마진율을 훨씬 뛰어넘는 할인율과 최저가 보상제 등을 내걸고 벌이고 있는 고삐 풀린 외형 경쟁에 있다.
예스24 관계자는 “순이익을 내고 있는 인터넷서점은 하나도 없다”며 “물류 인프라에 대한 중복투자와 출혈경쟁 속에서 도산을 면하기 위해서는 인수나 합병, 전략적 제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인터넷서점이 촉발한 책값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해 할인율 등을 규정한 ‘출판 및 인쇄 진흥법’이 국회 법사위에 상정됐지만 시장경제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마저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교보문고 위성계 팀장은 “인수합병전(戰)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인터넷서점들이 10% 안팎의 ‘약소한’ 할인율에 동의할 리 만무하다”고 말했다.
◈ 최종 피해자는 소비자
대한출판문화협회 정종진 국장은 “인터넷서점의 할인 경쟁 악순환은 오프라인 서점업계로까지 번져 오히려 책값(정가기준) 인상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온ㆍ오프라인 서점의 책값 내리기 경쟁이 출판사들의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 결국 정가를 올려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발행된 도서의 평균가격은 1998년 9,910원에서 99년 9,610원까지 떨어졌지만 2000년부터는 훌쩍 1만원대를 뛰어넘었다.
정 국장은 “지식산업에 무한경쟁의 룰을 원리원칙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며 “도서 정가제가 붕괴되면 우리나라는 베텔스만과 아마존 등 미국의 인터넷서점의 텃밭이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