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열심히 하려다 접시를 깨뜨린 사람은 용서해도 접시를 안 깨뜨리려고 일을 안 하는 사람은 용서할 수 없다.”시청사람들에게 최병렬 전 서울시장의 ‘접시론’은 명언중의 명언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일수록 실수로 접시를 깨뜨릴 확률이 더 높다는 말은 수긍이 간다.
그러나 접시를 깨뜨렸더라도 즉시 잘못을 시인하고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열심히 일한 사람의 올바른 처신이 아닐까.
서울시가 외국인용으로 제작한 월드컵 안내서 ‘서울 베스트 관광상품 100선’이 북창동 단란주점 등 퇴폐업소를 포함한 사실을 비판한 본보의 보도(‘퇴폐가 무슨 자랑인가’, 9일자 28면)에 대한 해당 공무원의 태도는 또 다시 비판받을 만하다는 생각이다.
보도 전후로 담당 공무원들의 해명 또는 항의를 직접 접하며 ‘접시를 깬 이후’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보도 전 담당 공무원은 “이미 알만한 외국인들은 다 아는 명소이기 때문에 북창동 일대의 단란주점 소개부분을 빼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사가 게재되자 “지금 배포한 것은 ‘시험판’이며 문제된 부분은 삭제해 다시 배포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래서 기자는 “책자를 수정하기로 했다”는 속보를 내보내려고 했는데, 담당자가 또다시 전화로 “북창동이 관광 특구로 지정까지 돼 있는데 뭐가 문제냐, 이미 기사도 나간 만큼 한글자도 고치지 않겠다”고 거칠게 항의를 해왔다.
처음 보도자료에 ‘배포한다’던 안내책자가 문제가 생기자 몇 백부만 찍은 ‘시험판’으로 둔갑한 사실이나, ‘외화획득’이니 ‘합법적 영업’이니 ‘서울의 밤 문화가 무미건조하다’느니 하는 궤변성 해명에 대해 일일이 시시비비를 따질 생각은 없다.
하지만 자신들의 실수 혹은 잘못된 판단의 결과를 신문 보도 탓으로만 돌리려는 태도에서 열심히 일하는 소신 있는 공직자의 모습은 결코 찾아 볼 수 없었다.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이들은 문제된 부분을 삭제하고 이번 주 중 수정판을 배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