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3년반만에 컴백 강제규감독 "감독 복귀하니 편안하네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3년반만에 컴백 강제규감독 "감독 복귀하니 편안하네요"

입력
2002.05.14 00:00
0 0

그동안 말도 많았다.“돈 맛을 알았으니 다시 메가폰을 잡겠느냐.” “저렇게 잔뜩 일만 벌이다 엎어지는 것 아니야? 영화나 찍지.” “벌써 돈도 다 까먹었을 걸.”

1999년 ‘쉬리’(전국 620만명)로 한국영화사에 한 획을 강제규(39) 감독은 놀라움과 찬사가 질투와 의심으로 바뀌는 세상 인심에 개의치 않았다.

그 사이 제작한 ‘단적비연수’와 ‘베사메무쵸’가 흥행감독에 어울리지 않은 성과로 끝났지만 그는 초조해 하지 않았다.

그가 이제 ‘태극기 휘날리며’(가제)로 다시 감독으로 나타났다. 3년 반 만이다. 그사이 강제규필름은영화산업에 필수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제작 뿐 아니라 배급, 극장, 연예 매니지먼트, 인터넷 사업까지 일원화체계를 갖춰 지금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몽정기’등 6작품을 동시 다발로 제작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가 됐다.

그러니 그가 집(감독)으로 돌아오는 것도 당연하다.

“아니 한번도 잊은 적이 없다. 내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영화말고 어떻게 다른 것(돈)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겠는가.”

한국전쟁을 다룰 ‘태극기 휘날리며’는 가을부터 촬영에 들어가기 위해 시나리오의 막판 손질이 한창이다.

개봉은 내년 7월 예정. 언제나 직접 혼자서 시나리오를 쓰던 그였지만, 이번에는 보조작가를 2명이나 고용했다.

제작비를 100억원 이상 투입할 엄청난 대작. 부담스럽기도 하련만 그는 “편안하다”고 했다.

“감독은 자기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를 쥐는 순간 행복하며, 그 때부터 사심(私心)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어떤 영화인가?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구성 단위인 가족, 형제관계가 어떻게 붕괴되는지를 통해 한국전쟁의 실상을 그대로 그려낼 생각이다. 구두닦이 진태(장동건)와 그의 동생인 고교생 진석(원빈)이 주인공이다.

가해자, 피해자의 이분법도 아니다. 열심히 싸웠는데 알고 보니 어처구니 없는 전쟁. 영화제목은 그 역설을 상징한다.”

-어디에서 모티프를 얻었나.

“어릴 때부터 형하고 친해, 혈육의 이야기를 영화에 접목시키고 싶었다. 전우애, 사랑 보다 우리식 감동이지 않나. ”

-기존 한국전쟁 영화와 뭐가 다른가.

“유격대나 빨치산 등을 통해 지류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다. 당시 철학과 이념과 광기 속에 감춰진 전쟁의 실체를 극명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전투가 아닌 전쟁을 그린 ‘씬 레드 라인’ 같은 영화다. 지금까지 이런 영화가 나오지 않은 것은 제작여건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작비가 꽤 들 것 같다.

“최소 100억원이다. 절반은 국내, 나머지는 해외쪽에서 마련할 예정이다. ‘쉬리’의 일본 흥행(136만명) 덕분에 일본에서 적극 투자하기로 했다.

-너무 큰 영화에만 욕심을 내는 것 아닌가?

“한국영화 전체로 보면 역할과 균형의 문제다. 누군가는 해야 한다. 힘도 들고 무겁지만 내가 그 쪽(큰 영화)에 장점이 있을 것 같아서.”

-흥행부담이 클 텐데…

“영화는 시장을 예측하고 규모를 결정한다. 국내 흥행만을 생각하면 한국영화는 50억원을 넘으면 절대로 안된다. ‘태극기…’는 해외에서의 비중이 50%이다. 지난 2년 동안 ‘쉬리’를 통해 충분히 검증했다.”

-상상력이 동원된 ‘쉬리’에 비해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해야 하기 때문에 시나리오 쓰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서울 용산에 있는 전쟁박물관이 이 영화를 위해 있는 것처럼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돌아오지 않은 해병’ ‘짝코’ ‘피아골’ 같은 영화와 방송자료도 참고하고 있다. 자료만 보고도 몇 번을 울었다.

모두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모르는 한국전쟁의 실체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것도 영화의 사회적 역할이 아닐까.”

-장동건과 원빈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극중 형제의 나이가 25세, 19세라 젊은 배우로 가야 했다. 둘 다 기존 이미지를 해체시키고 내가 생각하는 진태와 진석의 느낌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여백이 있어 보였다. 그러자면 끝임없는 대화와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너무 멋있는 배우라서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열흘만 군대식으로 뺑뺑이 돌리면 지금의 장동건 원빈 얼굴은 사라질 것이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