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14일 개최한 세미나에서 소생불능환자의 진료비 지급을 거부당한 대학병원의 사례가 보고됐다.대동맥수술 후 회복불능이 된 환자의 진료비 중 대뇌기능 정지 이후의 수술에 관한 진료비가 삭감되고 대뇌기능이 소실된 환자의 진료비는 보류됐다.
임종환자에 대해 무의미한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의료윤리지침 초안이 논란을 빚는 상황에서 열린 세미나는 치료중단문제가 윤리문제 외에 경제문제로도 접근할 필요성이 있음을 알려 준다.
의료기관의 치료내용을 심사하고 진료비 지급을 결정하는 평가원이 진료비를 삭감했으니 정부기관이 무의미한 치료의 중단을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과도한 진료에 대해 급여를 인정하지 않는 원칙을 적용한 것뿐이라지만, 병원의 치료포기사례가 늘어날 우려도 크다. 의학적으로 적정한 치료에 대한 판단은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 산하단체인 대한의학회가 마련한 지침 초안은 존엄사를 강조하면서 소극적 안락사문제를 제기했다.
이 지침은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생명이 위급한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거부하거나 기피ㆍ중단해서는 안된다’는 법규정에 저촉된다.
그런데도 이미 일부 병원에서는 심폐소생술 거부제도를 도입, 시행하고 있다. 적극적 안락사를 희망했던 영국의 운동신경질환자가 끝내 법원의 인정을 받지 못한 채 11일 사망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안락사문제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리의 경우 소극적 안락사에 대한 논란이 시작된 셈인데, 보건복지부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간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각 부문의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주도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 정책화하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다. 어려운 문제라고 기피하거나 모르는 척 버려둘 수 있는 상황은 지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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