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화ㆍ오릭스 컨소시엄간의 대한생명 매각협상이 가격산정기준문제로 자칫 결렬될 수도 있는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13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소위원회(위원장 어윤대 고려대교수)에 따르면 소위는 지난주 열린 회의에서 대생의 업황이 급격히 호전된 만큼 당초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약 1조1,000억원 내외로 잠정 평가된 매각가를 올 3월 결산 기준으로 재평가해 사실상 가격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한화ㆍ오릭스 컨소시엄측은 “매각가 산정 기준시점을 수시로 변경하는 것은 국제관례에도 맞지 않는 횡포”라며 “사태의 추이에 따라 대생 인수를 포기할 수도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1년만에 급반전한 대생의 지난해 영업실적. 공자위 관계자는 이날 “잠정치이긴 하지만 지난해 대생의 배당전 순익은 8,000억원 내외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매각가 산정 기준시점은 지난해 9월로 그대로 유지하되, 매각주간사인 메릴린치 등을 통해 올 3월 결산실적을 감안한 별도 매각가를 산정해 이를 반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우선협상 대상자가 선정된 것도 아닌 만큼 가격조건은 얼마든지 재조정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제시하는 가격을 한화ㆍ오릭스 컨소시엄이 수용할 수 없다면 협상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해 극단적으로는 대생 독자 상장 등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정부는 올 초에도 원래 지난해 3월로 잡았던 매각가 산정 기준시점을 지난해 9월로 1차 연기했다”며 “이미 에스컬레이터 조항을 통해 미래 업황과 수익 가능성을 반영한 상태에서 기준시점을 사실상 올 3월로 또다시 연기한다면 오릭스나 매컬리 등 컨소시엄 참여사들을 설득할 여지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한화측은 이와 관련 “금명간 이와 관련해 오릭스측이 예금보험공사와 공자위를 방문해 항의한 후 컨소시엄에 계속 남아있을 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추이에 따라서는 한화ㆍ오릭스 컨소시엄의 해체 가능성도 시사했다.
예보 당국자는 이와 관련, “가능한 한 매각가를 높여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려는 공자위의 입장이나, 협상 지연에 따라 막대한 기회비용을 지출해야하는 한화ㆍ오릭스 컨소시엄의 불만이나 모두 일리가 있다”며 “다만 대생 협상의 신뢰도가 향후 다른 부실기업의 매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불필요한 협상 지연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화ㆍ오릭스 컨소시엄은 한화그룹과 오릭스사, 호주 생명보험사인 매컬리사가 약 6대3대1 정도의 지분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대생 전체 지분의 51%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대생 매각 추진 일지
▲1998년 대생 자체 외자유치 추진
▲1998년6월 매트라이프 투자 MOU 체결
▲1998년9월 매트라이프 투자 포기
▲1999년3월 금감원 특검. 2조9,000억원 부실 발견,국제입찰 추진계획 발표
▲1999년11월 공자금 투입
▲2001년12월 한화ㆍ오릭스 컨소시엄 1차 인수의향서 제출. 메트라이프는 포기
▲2002년1월 한화ㆍ오릭스 컨소시엄 2차 인수의향서 제출. 매각가 산정 기준시점 1차 변경
▲2002년3월 예보ㆍ한화ㆍ오릭스 컨소시엄간 매각가 산정을 위한 1차 접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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