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의 중국 내 외국공관 진입 사건을 놓고 중국과 일본, 미국이 외교분쟁을 방불하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특히 중국과 일본은 선양(瀋陽)의 일본 총영사관에서 일어난 길수 친척 5명의 체포 사건에 대해 인권을 운운하며 양보없는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다.
여기에 그 동안 북한의 인권 상황을 매도해온 미국은 길수 친척 등이 미국행을 원하자 내심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며 발을 뺄 궁리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소위 인권을 최고의 덕목으로 강조해온 선진국들이 막상 인권 현안에 부닥치자 실리를 우선시하는 본색을 드러낸 셈이다.
주변국들이 모두 탈북자들을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에서 분단된 소국의 비애를 되짚게 된다.
우리 정부는 강대국들의 샅바싸움을 목소리를 죽인 채 관망하고 있다.
외교부의 입장은 "중국과 일본 간의 마찰이 탈북자 처리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원칙론에 머물러 있다.
외교부 일각에서는 우리가 이번 사태에 직접 개입되지 않은데 대해 안도하는 듯한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이번 사태는 처음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진행형이다. 지난해 6월 길수 가족이 베이징(北京)의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 들어간 이후 이미 9차례나 유사 사건이 일어났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탈북자들은 중국 당국이 유사 사태를 막기 위해 단속을 강화할수록 외국 공관으로 달려갈 것이다. 운 좋게 진입에 성공하면 제3국행 티켓을 기대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으면 강제송환될 암담한 운명이다.
탈북자 문제가 남북관계와 동북아 정세에 미묘한 파장을 던지는 사안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제 국제사회의 '동정'을 받아가며 쉬쉬하고 미봉책으로 때울 단계는 넘어섰다.
인도주의적 처리라는 큰 틀 위에서 당사국들이 어떤 형식으로든 터놓고 대화를 나눠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야만 한다.
이동준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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