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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적 가계대출 억제 가계파산 재촉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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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적 가계대출 억제 가계파산 재촉할수도"

입력
2002.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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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일변도로 치닫고 있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대책이 시장 흐름을 왜곡시킬 우려가 크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가계에 대한 신용공여를 인위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금융시장 선진화를 가로막을 뿐 아니라 서민의 자금수요를 제때 충족시키지 못함으로써 가계 파산을 부채질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12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 비중 확대, 총액한도대출 제한,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규제 등 각종 억제책을 쏟아내는 가운데 일선 금융기관들은 이 같은 직접 규제들이 ‘반(反) 시장적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가계대출은 금융시장 선진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확대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첫번째 반박논리다. 자본시장이 고속성장하면서 기업들은 주식이나 채권발행 등 직접금융을 통해 자금조달을 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 이에 따라 은행들도 기업대출보다는 소매금융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

실제로 은행의 총 대출자산 중 가계대출 비중은 지난해말 현재 한국이 36.6%에 불과한 반면 미국 44.3%, 영국 54.7%, 독일 57.3%에 달한다. HSBC나 씨티뱅크 등 세계 유수 은행의 경우 가계대출의 비중이 무려 70% 대다. 소매금융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한 은행들은 생존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기업여신 부실화에 따른 기업금융 기피현상이 은행의 가계대출 확대에 일조했다. 여기에 사상 초유의 저금리 기조로 주식투자와 주택구입 등을 목적으로 가계의 자금수요도 크게 늘어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시장의 환경이 급변하는데다 수요와 공급이 맞물리면서 가계대출시장이 자연스레 성장하고 있다”며 “정부가 이를 외면한 채 즉흥적인 직접규제 조치를 남발,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 부실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신용카드에 대한 규제 역시 시장에 역행하는 조치가 대부분인 것으로 지적된다. 특히 ‘현금서비스 대출비중 50% 축소’조치의 경우 카드대출 고객에게 직접적 피해를 주어 엄청난 부작용이 예고된다는 것. 카드사들이 현재 70%대에 이르는 현금서비스 비중을 신용판매액과 똑 같은 비중(50대 50)으로 줄이기 위해선 신용판매 규모가 갑자기 급증하지 않는 한 나머지 20%의 여신을 강제로 회수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카드회원들은 상환부담이 급격히 증가하게 되고, 카드대금을 갚기 위해 사채시장으로 몰리는 악순환이 불가피하다.

한국금융연구원 김병연 선임연구위원은 “대출수요가 엄연한 상황에서 가계대출의 증가 자체를 죄악시하고 억제하려는 것은 물을 거꾸로 흐르게 하려는 것과 다름없다”며 “정부는 직접적 규제보다 소매금융 시장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신용평가시스템 강화 등 인프라구축 지원에 앞장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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