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세 아들을 지칭하는 '弘3'이란 시사용어는 어느새 보통명사로 굳어진 것 같다.세간에는 '弘3 고스톱'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권력형 비리에 대한 서민들의 분노와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역대 대통령 아들들의 운명도 그 대통령 만큼이나 순탄치 못한 것 같다. 방송과 신문지면에도 온통 검찰 소환이 임박한 弘3 얘기 뿐이다.
그러나 연일 터져 나오는 弘3 비리에 허탈해 하거나 분통만 터뜨리고 있을 수는 없다. 이제는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처리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할 단계다.
어떻게든 국민적 합의가 도출된다면 큰 진전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민정부 시절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의 처리 과정이 참고가 될 듯 하다.
현철씨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이후 자진출두 형식으로 검찰청에 나와 철야 조사를 받은 뒤 구속됐다.
곧 이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성명이 나오면서 상황은 일단 수습단계에 들어갔다.
그렇다면 弘3의 수사 주체를 어느 곳으로 해야 할까.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권은 특별검사를 임명해 弘3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용호게이트 특검 활동이 워낙 각광을 받은 후인데다, 弘3 비리도 그 연장선상에서 불거져 나온 것인 만큼 아주 터무니 없는 주장은 아니다.
이런 배경에는 제도권 검찰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그러나 弘3 비리는 보도된 내용만으로도 워낙 여러 곳에 널려 있어, 대규모 수사 인력과 조직적이고 원숙한 수사 역량이 요청되는 사안이다.
기능적 측면에서는 제도권 검찰이 적격임에 틀림없다. 다만 국민과 야당이 제기하는 검찰의 중립성, 엄정성, 신뢰성을 어떻게 확보하고 가시화 하는가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검찰이 시의적절하게 이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특별검사 수사라는 국민적 선택을 불러올 것이다.
이럴 경우 검찰은 설 자리를 찾기 어렵게 된다. 검찰의 분발과 자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구속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일까.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아무리 큰 비리사건이 터져 나와도 일단 그 주역 혹은 자칭타칭 '몸통'이 구속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들끓던 여론은 잠잠해진다.
흔히 지적되는 우리의 냄비기질 때문이다. 사건을 저지른 쪽도, 조사하는 쪽도 더 이상 확대하지 않고 일정 단계에서 구속으로 마무리한다.
비리 관련자들은 얼마 후 사면 등으로 석방되고 다시 전면에 등장한다. 국민 여론이나 언론이 이에 동조하는 경향도 있다. 심지어 구속을 기점으로 동정여론(?)까지 조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발상과 행태로는 동종 비리의 재발을 막기 힘들다. 이벤트성 수사나 여론 진화용 수사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성급한 구속은 결코 능사가 아니다. 검찰은 여론으로부터도 중립을 견지해야 한다. 철저하고도 광범위하며 장기간 진행되는 끈질긴 수사로 전환해야 한다.
최소한 6개월 이상 수사해야 제대로 실체를 밝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야만 수사ㆍ재판 후에 '나는 희생양'이라거나 '축소ㆍ은폐 수사'라는 주장들이 사라질 것이다.
한가지 더 생각해 보자.
결과를 조급하게 기대하는 언론에 따라가다 보면 피의자를 소환해 24시간 철야수사를 할 수 밖에 없다.
수사검사들은 번갈아 눈을 붙이고 24시간 심문할 수 있다 해도 조사 받는 사람은 잠 안자고 견디기 어렵다.
조사실에서 잠을 자게 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심문의 계속이지 휴식일 수 없다는 점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두고 있는 OECD 가입국답게 피조사자의 인권도 보호하면서 조사하는 성숙함을 보여야 한다.
수사편의주의, 성급한 수사실적주의는 이제 버릴 때가 됐다. 이번 기회에 적법절차를 준수하여 수사상 인권보호에 관한 헌법규정이 살아 숨쉬게 해보자.
앞으로 5년 후에는 비슷한 글을 쓰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이경재 변호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