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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연예술제 볼만한 연극 2선 / 인생이란…깨달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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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연예술제 볼만한 연극 2선 / 인생이란…깨달음이란…

입력
2002.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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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까지 대학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서울공연예술제는 연극을 중심으로 100편이 넘는 작품이 참가하고 있다.관객은 무엇을 골라 볼지 고민스럽다. 집행위가 선정한 신작, 예전에 공연했던 작품 중 초청받은 작품, 자유 참가작이 섞여 있다.

가장 안전한 선택은 기존 작품 중 초청작을 보는 것이다. 좋다고 평가가 내려진, 검증된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걸러진 9편의 공식초청작 중에도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하다’와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가 가장 눈에 띈다.

두 편 모두 국내 대표적 극작가, 연출가, 배우가 참여한 창작극이란 점에서, 부박한 세태에 물든 연극이 범람하는 지금 정통극의 무게를 다시 확인시키는 진실된 연극이란 점에서 그렇다.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하다’는 50년 넘게 무대를 지켜온 노배우 장민호(77)의 자서전적 연극. 은퇴해서 혼자 사는 노배우 황포 선생으로 나온다.

무대의 열정을 간직한 채 가난에 시달리며 쓸쓸하고 허전한 말년을 보내던 황포를 다정한 이웃들이 일으켜 세우는 이야기다.

그의 40년 지기이자 차범석과 더불어 한국 현대희곡의 쌍두마차로 불리는 이근삼의 작품이다. 장민호는 지난해 초연 당시 혼신을 다한 연기를 보여줬고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경의를 표했다.

따뜻한 인간애가 넘치는 이근삼의 희곡을 좋은 배우들의 앙상블이 더욱 빛냈다. 이번에도 연기력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관록의 배우 윤주상 김종구 김재건 등이 합류한다.

연출 김영수. 16일부터 22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02)923-2131

‘그것은 목탁구멍 속이 작은 어둠이었습니다’는 12년 만에 만나는 화제작.

한국 연극사상 최고의 흥행작으로 꼽히는 ‘불 좀 꺼주세요’ ‘피고 지고 피고 지고’의 명콤비, 극작가 이만희와 연출가 강영걸이 만든 히트작 1호다. 1990년 초연 당시 서울연극제 작품상, 백상예술대상, 삼성문예상을 석권했다.

이만희 강영걸 콤비의 재회에 내로라 하는 배우들이 나섰다. 최정우 정종준 공호석 최승일 지춘성 등 여러 연기상을 휩쓴 배우들이 출연한다.

작품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다. 조각가 출신 승려가 수행의 방편으로 불상을 만들면서 겪는 구도의 고행과 깨달음의 세계를 통해 인간과 예술의 본질을 다룬다.

이만희는 특유의 감칠맛 나는 어투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치밀한 극본을 썼고, 강영걸은 그 안에 담긴 깊은 철학적 성찰을 훌륭하게 무대화했다.

21일부터 6월 9일까지 학전 블루소극장. (02)766-8679

오미환기자 mh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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