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한국증시는 영국계 증권사 UBS워버그의 분석보고서 한장 때문에 대혼란에 빠졌다.워버그가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두 단계나 하향조정하고,목표주가를 58만원에서 42만원으로 낮추자 삼성전자 주식이 이틀새 7.9%나 폭락하면서 종합주가지수가 817까지 밀린 것이다.영업기금(자본금)150억원 규모의 군소 외국계 지점이 시가총액 325조원 시장을 뒤흔드는 모습은 외국계 자본에 힘없이 휘둘리는 한국증시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그러나 이번 워버그 쇼크에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워버그는 불과 사흘전(6일) 장문의 한국보고서를 내면서 대표주 강력매수 추천과 함께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58만원으로 제시한 바 있기 때문이다.삼성전자 주가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미치는 D램 가격이 최근 급락세를 보인점을 감안하더라도 워버그의 갑작스런 투자의견 조정은 납득하기 힘들다.D램가 하락은 3월 이후 추세적 현상이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9,10일 이틀동안 워버그 창구를 통해 2,500억원 어치가 넘는 삼성전자 매물이 쏟아져 평가정보가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일이 '오른 손은 추천리포트,왼 손은 매도주문'식 외국인 ·기관 횡보의 전형적 사례라는 반응이다.
외국계 자본의 횡포에 대해서는 그동안 숱한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조사 한번 이뤄진 적이 없다.글로벌 네트워크에 따라 움직이는 외국계 기관 특유의 폐쇄성 때문에 조사가 어려운데다,국내 17개 외국계 지점의 불공정거래 감시요원이 단 한명에 불과하다는 현실적 이유에서다.그러나 국내 기관에는 무소불위로 군림하는 감독당국이 유독 외국계 앞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의지박약이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최윤필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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