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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가 어디로

입력
2002.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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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서울 증시에 짙은 먹구름을 몰고왔다. 종합주가지수 900선 등정을 이끌며 한국증시를 한단계 업그레이드(upgrade)했다고 칭송받던 삼성전자가 불과 20여일만에 이제는 지수 800선 유지를 위협하는 최대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목표주가 60~70만원을 향해 순항할 것처럼 보였던 삼성전자가 33만원대로 폭락하자 투자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1차적 요인은 영국계인 UBS워버그증권이 삼성전자의 향후 실적전망에 의문을 제기하며 투자등급을 2단계나 하향조정해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를 촉발한 것이지만, D램 반도체 가격이 연중 최저치 행진을 계속하고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가 연일 급락하는 등 ‘외풍’이 거세 서울 증시가 안개속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수난으로 주가 추가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반도체값 하락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과 투자의견을 그대로 유지해 ‘삼성전자 주가 논쟁’도 뜨겁다.

▦삼성전자 어디로

UBS워버그와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에 이어 국내 증권사로는 한화증권이 12일 D램 가격 약세 및 실적달성 차질 우려를 들어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시장평균수익률 상회’로 한단계 하향 조정했다.

이성재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반도체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협상결렬, 공급과잉에 따른 현물시장 D램 가격 약세로 대형 PC업체의 고정거래가격도 하락할 것으로 보여 1분기 이후 D램 사업부문의 실적 감소가 예상된다”며 투자의견 하향조정 이유를 설명했다. 또 단말기 등 4월 정보통신부문 매출이 내수시장의 위축으로 10% 정도 감소할 전망이고, 차세대 D램(DDR, 256메가 D램) 가격의 하락도 계속돼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반도체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의 투자의견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D램 가격이 비수기가 끝나는 하반기부터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ㆍ정보통신ㆍ생활가전 등 다른 사업부분은 여전히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는 근거에서다. 오히려 지금의 주가하락이 삼성전자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뿐아니라 일반 투자자들이 싼 값에 삼성전자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대우증권 전병서 애널리스트는 “2분기 계절적인 요인과 하이닉스 문제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D램 가격이 하반기 이후 회복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당초 예상대로 올해 8조원의 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보고 목표주가 62만원을 유지했다. 교보증권 김영준 책임연구원도 “6월초부터는 반도체가격이 안정되고 미국 기업들이 컴퓨터 구입계약을 맺는 시즌인 8~9월에는 수요가 살아날 것”이라며 “지금이 오히려 삼성전자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임홍빈 연구위원은 “현재 4달러가 넘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고정거래가격이 3.5달러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다면 환율을 감안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휴대폰 수출 호조와 LCD 가격 강세 등으로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1분기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으로 각각 72만원과 ‘강력 매수’를 유지했다.

▦800-830지지선 될 듯

투자전략가들은 미 증시 불안과 삼성전자 쇼크로 주가지수가 800~830선 언저리에서 당분간 등락을 거듭하고 삼성전자도 30~33만원 선에서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미국 경기 회복 전망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고 최근 급락에 따른 충격으로 조정이 길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증시 불안으로 외국인 매도가 지속되고 있고 국내 수급상으로도 뚜렷한 상승 동력이 없다”며 “800대 저점으로 다음주 예정된 미국의 소매판매(14일), 3월 기업재고와 4월 산업생산(5일)발표 결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증권 우동제 팀장은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다소 나빠질수도 있으나 올해 사상 최대의 이익 추정은 변함이 없는 만큼 30만원 대 초반에서 여유를 갖고 저가 매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브릿지증권 김경신 상무는 “등락이 있겠지만 약세국면이 지속되는 만큼 적극적 시장 참여보다는 추세를 살펴야 한다”며 “삼성전자의 경우 2월 중 지지선이었던 33만원의 지지 여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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