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꽃밭이 환한 것은 노란 꽃이 많아서 일까요? 요즈음은 길가에 노랑저고리를 입은 민들레가 많이 보입니다.언제 만나도 반갑고 즐거운 꽃입니다. 발 아래 밟히듯 흔하고, 그리고 작지만 그저 활짝 피어난 무리만 보아도 사람들의 마음을 환한 빛으로 밝게 만드는 것이 바로 민들레이지요.
민들레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입니다. 누구나 다 아는 꽃이지요. 봄이면 깊이 갈라진 잎새를 작은 방석처럼 바닥에 깔고 그 사이로 하나의 꽃대를 올려 꽃을 피워냅니다.
흔히 민들레를 꽃 한 송이로 알고 있지만 본래는 수십 개의 작은 꽃송이들이 모여 이루어진 꽃차례랍니다.
성공적인 꽃가루받이를 마치고 나면 공처럼 둥근 모양의 열매를 만들었다가 바람처럼 가벼운 솜털에 종자를 싣고 봄바람을 타고 살랑살랑 멀리 멀리 보냅니다.
그 씨앗들의 여행 길이만큼 민들레 종족은 퍼져 나가는 것인데, 40㎞, 그러니까 100리를 날아간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땅속 뿌리를 보면 땅 위에 올라와 있는 줄기의 15배까지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민들레는 그 때문에 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엔 웬 민들레가 본때도 없이 키를 키우고, 시도 때도 없이 꽃이 핀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 토종 민들레가 아닌 귀화한 서양민들레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꽃들을 감싸고 있는 총포라는 부분이 뒤로 젖혀져서 구별할 수 있습니다.
우리 꽃이려니 반가워 했던 꽃들이, 자세히 보면 그 자리를 대신하는 서양꽃인 것입니다. 어디든 뿌리를 내리는 무서운 적응력, 계절을 모르고 계속 만들어 퍼지는 씨앗들, 강인한 생명력.
제대로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이 땅을 내어주고 있는 것입니다.
민들레는 우리와 친한 만큼 별명도 많습니다. 미염둘레, 그냥 들레라고하기도 하고, 앉은뱅이, 안진방이, 문들레라고도 합니다. 한방에서는 민들레를 포공영이라고 하지요.
옛글에서는 서당을 앉은뱅이집, 서당 훈장은 포공(蒲公)이라 했답니다. 서당에는 의례 앉은뱅이, 즉 민들레를 심기도 했지요.
나쁜 환경을 견디어내는 인(忍), 뿌리를 잘려도 새싹이 돋는 강(剛), 꽃이 한번에 피지 않고 차례로 피므로 예(禮), 여러 용도로 사용되니 온몸을 다 바쳐 세상에 기여한다하여 용(用), 꽃이 많아 벌을 부르므로 덕(德), 줄기를 자르면 나오는 흰 액이 젖처럼 나므로 자(慈), 약으로 이용하면 노인의 머리를 희게 하여 효(孝), 흰 액은 모든 종기에 들어 인(仁), 씨앗은 스스로의 힘으로 바람타고 멀리 가 새로운 후대를 만드니 용(勇)의 덕(德)을 가지고 있죠.
이런 이유로 어린 학생들의 배움에 장소에 있도록 하였으며 이러한 것을 가르키는 것이 훈장이라는 것입니다.
스승이 날이 다가옵니다. 우리 아이들의 선생님들께도 서양민들레가 아닌 우리 민들레가 가득한 앉은뱅이집을 만들어 드리고 싶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유미ㆍ국립수목원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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