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새벽 3시. 고즈넉한 경북 김천 직지사 대웅전에 파란눈의 외국인들이 모여들었다. 황토색 ‘절옷’을 차려입은 이들은 익숙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꽤나 진지한 자세로 40여분간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정성스럽게 아침예불을 올렸다.경북 김천 직지사가 한ㆍ일 월드컵을 맞아 한국 문화를 알리는 계기로 마련한 템플 스테이(temple stay)에 참가한 콜린 헤젤틴 주한 호주대사 등 대사 21명과 가족 등 외교사절 40여명이다.
11일 오후 직지사에 도착한 이들은 스님에게서 사찰 예절을 배운 뒤 바로 설법전에서 입재(入齋)식을 하고 절 음식을 맛보는 저녁 공양을 했다. 대웅전에서 다도를 배우고 연등을 만드는 것으로 첫날을 보낸 이들은 이튿날 오전 3시께 익숙지 않은 절방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 대웅전에서 스님들을 따라 새벽 예불을 드렸다.
이윽고 설법전에서 가부좌까지 튼 채 면벽(面壁) 참선한 이들은 스님들과 선문답을 나누기도 했다. ‘탁본 체험’을 하면서는 손에 먹물을 잔뜩 묻히고도 즐거운 표정을 지어보였던 이들은 발우공양 시간에는 ‘그릇 헹군 물까지 마셔야 한다’는 설명에 찡그린 표정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폴 머레이 아일랜드 대사는 “이번 체험은 한국문화를 그냥 눈으로 보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경험한 것이어서 아주 인상이 깊었다”고 말했고, 타데우시 호미츠키 폴란드 대사는 “수세식 화장실과 샤워시설도 갖춰져 있는 등 전혀 불편이 없어 또 다시 오고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직지사 관계자는 “외교사절단의 사찰체험을 위해 불교문화 및 수행 프로그램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외국어 자원봉사자도 10여명을 두었다”면서 “이들이 불국토의 상징인 절에서 마음의 평화를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진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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