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 악순환에 시달려 온 일본의 경기가 마침내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인다.일본 정부는 17일의 월례 경제보고 관계각료회의에서 ‘경기 저점 통과’를 공식으로 선언할 예정이다.
각료회의에 제출될 5월의 월례 보고는 “경기는 저점을 통과한 움직임이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이 담길 예정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미 4월의 월례보고에서도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저점 통과 움직임이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3월의 월례보고는 1년 9개월 만에 경기판단을 상향수정해 “경기악화”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9일 내각부 경제사회총합연구소가 발표한 3월의 경기동향지수에서도 경기의 현상을 나타내는 일치지수가 56.3%로 나와 경기하락과 상승의 분기점인 50%를 15개월 만에 넘어섰다. 이 발표에서 수개월 앞을 예측하는 경기선행지수는 80.0%로 3개월 연속 50%를 넘어섰다.
다음주 파리에서 열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회의에서 채택될 성명서 초안도 “지난해말 시작된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OECD 회원국 대부분에 확산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에도 올해 하반기 초반 상당한 폭의 회복이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당초 “일본 경제의 회복이 매우 미약하다”는 표현에서 상당히 개선된 것이다.
노무라(野村)총합연구소도 이달 들어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8%에 달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 등 민간 연구소들도 경기순환적 측면에서 일본 경제가 바닥을 탈출했다는 데는 대개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호전이 미국과 아시아의 경제회복에 따른 수출 등 외수의존형으로 지속력과 회복의 속도에는 의문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고용환경과 소득환경, 개인소비 등 내수의 건실하고 피부에 와닿는 회복 조짐이 아직 확실히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악화 등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과 증시급락의 영향으로 엔화가 1달러당 127엔대로 떨어지고 있는 것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향후 기업 설비투자 동향이 일본 경제의 건실한 회복세 진입 여부를 판가름할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불안 때문에 일본 정부는 경기 저점 통과를 선언하더라도 “회복력은 결코 강하지 않다”는 단서를 달고 구조개혁 없이 본격적인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을 곁들일 것이 확실하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늘어나는 부실채권으로 '위기說' 상존
경기가 저점을 통과해 회복세로 진입해도 금융기관 부실채권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일본 경제의 ‘위기설’은 항상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11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12대 대형은행의 올 3월말 기준 부실채권 규모가 사상 최고 수준인 25조엔 이상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청이 은행권 부실채권에 대한 특별검사를 강화함으로써 부실채권 규모가 종전 최고이던 지난 1999년 3월 당시의 20조 3,000억엔 기록을 깬 것이다.
금융청은 특별검사를 통해 요주의 거래선 채권을 ‘파산 우려가 있는 채권’ 등 부실채권으로 판정함으로써 지난해 3월 기준으로 17조 6,000억엔이었던 부실채권 규모는 1년 사이에 무려 7조엔이나 늘어났다.
특히 UFJ은행과 미쓰이ㆍ스미토모(三井住友)은행은 심각한 경영위기에 처한 대형 유통업체 다이에 등에의 융자로 부실채권 규모가 각각 5조엔씩을 웃돌았다.
일본 은행들은 올 3월 결산기까지 한해 동안 7조 6,000억엔에 달하는 부실채권을 처리했지만 부실채권 잔고가 오히려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도 심각한 경영난이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10일 미일 민관 경제지도자 모임에서 미국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의 랜돌 크로즈너 위원은 “부실채권 문제를 빨리 해결하면 할수록 일본 경제의 회생에 도움이 된다”며 보다 적극적인 일본 정부의 조치를 촉구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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