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주간지 포브스는 지난 달 포스코를 금속광업부문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선정했다.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ㆍ일본의 철강기업을 제치고 이뤄낸 포스코의 쾌거로 한국 기업의 성가와 위상은 한껏 높아졌다.
포스코는 세계 400대 기업에서 추려 낸 24개의 업종별 세계 최고 우량기업에 뽑혔을 뿐 아니라 기업의 내재가치와 성장성에서도 알찬 기업의 면모를 세계에 과시한 것이다.
■포항제철로 출발한 포스코는 한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다.
범 국가적인 지원과 '철의 사나이'들의 뚝심이 합쳐져 일궈낸 '포항의 기적'에 철강 선진국 일본도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
포스코는 최초의 국민주 기업에서 2000년 10월 민영화를 거쳐 총 주식의 62%를 외국인이 보유한 초 우량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
국내 서열은 8위지만 주주 구성비나 흑자규모에서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글로벌 기업이다.
■그런 포스코가 최규선-김홍걸씨로 이어지는 정치커넥션에 휘말려 휘청거리고 있다.
유상부 회장이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고 핵심 임원이 경질되는 등 내부는 아수라장이다.
민영화 3년째를 맞아 글로벌기업의 틀을 다지고 전문경영인체제를 굳혀가려는 즈음에 호된 시련을 겪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 사건은 기업이 사사건건 정부와 정치권의 심기를 살펴야 하고, 권력기관에 미운털이 박히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는 한국적 풍토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민영화가 됐다고는 해도 여전히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이나 권부 핵심의 요청을 거절할 수 있는 '간 큰'전문경영인이 몇 사람이나 될까.
대통령 아들 홍걸씨와 브로커 최규선씨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한 포스코 경영진의 부적절한 처신을 비난하기는 쉽다.
그러나 유력 권력자에게 줄을 대 바람막이를 만들고 자리를 보장 받으려는 기업풍토에서 멀리 떨어져 독야청청(獨也靑靑)하라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땅의 최고경영자들은 정치권에 밉보이는 '자살행위'를 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기 때문이다.
탈(脫)정치 경영환경이 조성되지 않는 한 제2, 제3의 포스코 사건은 또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창민논설위원
cm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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