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전 대통령(77)이 12일 미국의 전ㆍ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쿠바 방문길에 오르면서 미국과 쿠바 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카터 전 대통령을 맞이하는 쿠바의 환대는 예사롭지가 않다. 쿠바 독립 100주년인 20일을 앞두고 피델 카스트로(75) 쿠바 혁명평의회 의장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이번 방문 기간 중 카터는 카스트로 의장과 도착 당일 만찬을 비롯해 세 번 회동할 예정이다.
14일 아바나 대학에서의 연설은 TV가 생중계한다. 언론 통제가 심한 쿠바에서 외국 지도자의 연설이 생중계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카터에 대한 쿠바의 남다른 시선 때문이다. 쿠바측은 1977~81년 재임한 카터를 61년 외교 단절 이후 쿠바와의 친선 회복을 시도한 첫 대통령으로 기억하고 있다. 카터는 이후에도 줄곧 미국의 쿠바에 대한 경제제재와 여행금지 조치를 종식시킬 것을 주장해 왔다.
평화의 전령사라는 명성을 얻고 있는 카터의 쿠바 방문은 안팎에서 수세에 몰리고 있는 카스트로 의장에게 정치적 돌파구를 제공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4월 19일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회의에서 세계 각국 대표들은 쿠바의 인권 신장을 촉구하는 ‘쿠바 인권 개선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존 볼튼 미국 국무부 국제안보 담당 차관은 6일 쿠바를 대량살상무기, 특히 생물무기 획득에 주력하는 불량국가로 지목해 대 테러전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안으로는 10일 오스왈도 파야(50) 등 반체제 인사들이 시민자유권 허용과 단일정당제 폐지 등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 실시 청원서를 제출하는 등 도전에 직면해 있다.
카터의 방문이 소극적이나마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명시적인 동의 하에 이뤄지고 있는 점도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미ㆍ쿠바 관계의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많지만 건강이상설이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는 카스트로 의장도 후계자로의 권력 승계를 준비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대미 관계를 안정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쿠바 정부는 카터의 쿠바 방문 일주일 전 반란 혐의로 수감 중이던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 블라디미로 로카를 전격 석방, 평화의 제스처를 취했다.
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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