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방송을 계기로 본격 디지털 TV 시대가 열린다. 월드컵은 첨단 방송기술을 선보이는 미디어축제이다. 1966년 영국대회에서는 리플레이기술, 70년 멕시코대회에서는 인공위성생중계를 도입하면서 방송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는 아날로그를 대체할 디지털방송 시대를 활짝 연다.KBS MBC SBS 지상파방송 3사는 국내에서 열리는 32경기 중 24개 경기를 HD(고화질)TV로 중계한다. 각 방송사가 8경기씩 나누어 제작하며 경기당 HD용 중계차 1대와 카메라 8대, 인력 30여명을 투입한다. 16대9의 화면비율에 일반 TV보다 5배 이상 선명한 화질 등 달라지는 HDTV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다.
2001년 11월 디지털 본방송이 시작돼 방송사는 채널마다 일주일에 10시간 이상씩 HDTV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지만 ‘행복채널’(KBS2), ‘생방송 화제 집중’(MBC) ‘도전 1000곡’(SBS) 등 주로 스튜디오물이나 자연다큐에 치중하고 있다.
KBS 월드컵ㆍ아시안게임방송단 민은경 차장은 “월드컵은 역동적인 축구경기 현장을 통해 HD프로그램 제작 노하우를 쌓을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다양한 HD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SBS 스포츠제작국 김한종 차장도 “HD로 월드컵처럼 국제적 규모의 스포츠경기를 생중계하는 것은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제작하는 HD 경기중계는 해외수출을 염두에 두었다. 일본이 HD로 제작하는 27개 경기중계와 교환하고 해외판매도 기대하고 있다.
방송사의 광고수익도 늘어난다. 한국방송광고공사는 한국전, 개막전, 결승전의 광고료를 15초에 2,800만원, 16강전부터 준결승전까지는 950만~2,300만원, 예선전은 700만~2,000만원으로 책정했다. 평상시 밤 9시대 뉴스의 1,200만원보다도 최고 2.3배 이상 높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하윤금 박사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서 HDTV, 데이터방송 등 우리의 디지털방송 기술이 어느 단계에 와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개최국임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방송을 주도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국제축구연맹의 중계권을 확보한 독일 키르히미디어가 설립한 방송사 HBS(Host Broadcast Services)가 주관방송사로서 모든 월드컵경기 중계방송을 제작해 세계 각국에 공급하기 때문이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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