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최고위원 경선은 당내 다수파인 구 민정계의 힘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최고위원 당선자 7명 가운데 6명이 민정계 출신이고, 비 민정계는 1위를 차지한 민주계 서청원(徐淸源) 의원 한명 뿐이다.당 체질개선과 변화를 호소한 안상수(安商守) 홍준표(洪準杓) 김부겸(金富謙) 의원의 바람 전략도 민정계 조직의 벽 앞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는 지도부의 개혁성 을 가미하기 위해 이부영(李富榮) 의원 등 개혁성향 중진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선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한나라당이 변화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당 안팎의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서 의원을 대표 최고위원 1순위인 1위로 선출한 것은 적잖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무성하다. 이르면 11일 최고위원 호선에서 서 의원이 대표가 될 경우 당의 민정계 색채를 일정 부분 탈색하고, 김영삼(金泳三) 전대통령과의 관계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당직자는 “서 의원이 당 간판으로 나섬으로써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도 우리 당을 수구 집단으로 일방적으로 몰아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도 이런 점 때문에 ‘서청원 대표’ 카드를 내심 기대해온 게 사실이다.
이 후보와 서 의원간 협조체제에도 그다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 의원은 1997년 대선을 전후해 반(反) 이회창 노선을 걷기도 했으나 2000년 16대 총선 후 사무총장을 맡으면서 우호적 자세로 돌아 섰다.
또 강창희(姜昌熙) 김진재(金鎭載) 강재섭(姜在涉) 박희태(朴熺太) 하순봉(河舜鳳) 의원 등 나머지 당선자도 과거 ‘이회창 총재 체제’를 적극 떠받쳐 온 인물들이어서 대선 기간 중 이 후보의 당 장악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후보는 실망한 개혁파의 동요를 막아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김부겸 의원은 “이런 경선 결과를 갖고 어떻게 30,40대에게 표를 달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미래연대 등 소장파는 설 자리를 잃었다”고 토로했다. 이부영 의원이 후보 몫 지명직 최고위원에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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