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5일 프랑스 대통령 선거는 우파 공화국연합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그러나 대선 1차 투표에서 집권 사회당 후보 리오넬 조스팽 총리를 앞서며 예상을 뒤엎고 결선에 올랐던 극우파 국민전선 당수 르펜이 일으킨 돌풍은, 프랑스 사회의 한 깊숙한 단면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국민전선은 르펜에 의해 1972년에 창설되었다. 그러나 프랑스 극우파의 역사는 2세기가 넘는다.
1789년 왕정을 무너뜨리고 공화국을 세운 대혁명의 반대세력으로 출발해서, 왕정주의와 서민 전통에 뿌리를 박고 옛 프랑스에 대한 향수처럼 가끔 고개를 드는 것이 극우파다.
가까운 예로는 1940년 독일에 대패하면서 5년 동안 집권했던 비쉬 정권이 있다. 패배의 원인을 공화국에서 찾었던 비쉬 정권은 그 이념인 자유, 평등, 박애를 철회하고 노동, 가정, 조국을 정치 이념으로 내세웠다.
아울러 “프랑스를 프랑스인에게”라는 슬로건을 외치며 유대인의 프랑스 국적을 박탈하고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적극 동참했다.
르펜이 세계화, 유럽연합, 외국인 이민을 프랑스의 위협으로 선동하고 노동, 가정, 조국을 다시 부르짖은 것은 비쉬 정권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2주 동안 전국에서 인산인해를 이루며 각계 각층이 동참한 르펜 반대 시위는 인종차별주의 등 편협하고 졸렬한 인간ㆍ국가관에서 벗어나 자유와 인본주의를 향하는 프랑스인의 열렬하고 끈질긴 투쟁을 한 눈에 보여주었다.
문인과 출판인들은 그 선두에 섰다. 전국출판협회는 표현과 출판의 자유, 문화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극단론자에 대한 거부를 촉구했고 문인협회도 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해 재빠르게 대처했다.
지난달 21일 대선 1차 투표 결과 발표가 나자마자 30여 명의 작가들은 3일만에 긴급히 르펜을 반대하는 공동창작품 ‘반 공격’을 써서, 결선 투표 이틀 전에 출간했다.
또한 르펜의 언어 속에 드러나는 모순 심리를 자세히 분석한 ‘르펜, 그의 말’이 재판됐다.
극우파 집권시 자유와 권리의 침해를 보여줘 르펜 지지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르펜화된 프랑스에서의 일상생활, 대량 검거를 피할 수 있는 요령들’이란 책도 이달 중순경에 나올 예정이다.
이들은 또한 대선의 주된 쟁점으로 등장하며 최근에 관련 출판물이 쏟아진 사회 불안정, 청소년 폭력, 실업 을 분석한 책들을 집중 소개하며 사회 문제의 원인이 단순히 외국인 이민에 기인하지 않고 경제체제, 가치관의 위기 등 좀 더 깊은 곳에 있음을 알렸다.
또한 총선이 아직 한 달여 남아 있어, 앞으로 극우파의 대두 등 선거 결과를 집중분석해서 출간될 책들이 더욱 주목된다.
책이 민주주주의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현장이다.
조혜영 재불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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