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집으로…’가 조용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시골 할머니와 도시 외손자의 만남과 문화적 갈등, 사랑을 다룬 이 영화가 영화계와 사회에 미치는 파문은 조용하지만 넓고도 깊다.조폭ㆍ코미디 영화에 치우쳐 있던 영화계와 관객취향에서 폭력성을 걷어내는 대신, 따스한 인간미를 불어넣고 있다. 아마추어 배우를 대거 기용한 실험적인 이 영화가 대중적 호응을 받음으로써,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제작될 토양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300만명(서울 120만명) 이상이 본 이 영화는 대종상영화제에서도 9개 부분 후보에 올랐다. 이정향 감독이 감독상 후보에, 주연을 맡았던 무명의 할머니와 아역배우는 신인여우상, 신인남우상 후보에 올라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를 본 적이 없다는 김을분씨는 듣기만 할 뿐 말을 못하는 할머니 역을 무난히 소화하고 있다. 그의 꾸밈없는 연기는 손자ㆍ손녀에게 아낌없이 베풀던 옛 할머니를 연상시키며 관객의 누선을 자극한다.
이 영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은 혼자 사는 장애인 노파의 가난과 외로움, 시대를 가늠키 어려울 정도로 누추한 가옥풍경 등을 배경 삼아 과장과 감상으로 나아간 점을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마침 가정의 달에 2~3대가 함께 영화관에 가는 소중한 가족문화를 부활시켜 주었다.
할머니의 초상에서 모성과 향수를 느끼고 버릇없는 소년상에서 철 없던 때를 떠올리다 보면, 카타르시스를 체험하게 된다. 이 영화는 물량공세나 스타시스템 같은 흥행공식을 깨고 성공한 점에서도 우리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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