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건국사'/ 김기흥 지음우리 고대사의 상당부분은 아직 미완으로 남아있다. 고구려 건국사도 예외가 아니다. 사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후대의 역사 복원 노력이 미흡했던 탓이다.
심지어 고구려 건국 신화인 ‘주몽 신화’를 4세기 말 조작된 것으로 규정, 그 이전 역사의 실재를 전면 부정해온 일본 학자들의 논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기흥 건국대 사학과 교수는 이 책에서 주몽신화의 적극적 해석을 통해, 앙상한 뼈대만 전해진 고구려 건국사의 복원을 시도했다.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등 사료를 토대로 주몽이 동부여를 떠나 졸본에서 고구려를 세우고 주변국들을 복속해 국가 체제를 정비해가는 과정을 역동적으로 그렸다.
이 책은 3세기에 편찬된 중국 사서 삼국지 동이전에 주몽신화 관련 기록이 발견되는 점 등을 들어 ‘신화 조작설’을 극복한 그간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쓰여졌지만, 이런 사실들을 소설 양식의 글에 자연스럽게 녹여내 부담없이 읽힌다.
특히 이규보의 동명왕편 등에 전하는 주몽신화를 새롭게 복원한 대목이 돋보인다. 전승신화에는 하늘의 신 해모수가 주몽의 모친 유화와 정을 통한 뒤 도망한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저자는 유화는 땅의 신이어서 하늘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해모수가 눈물을 머금고 떠난 것으로 재해석했다.
저자는 “신화의 시대는 사료에 근거하되 그 시대로 돌아가 당대인들과 함께 호흡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고구려에 대한 부족한 지식을 일깨워주려는 기획의도는 좋으나 사료보다는 이야기에 치중한 점이 조금은 아쉽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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