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태국 홍콩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들이 때이른 ‘축구 도박’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축구 도박 열기는 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의 월드컵 열기를 오히려 능가한다는 게 외신들의 반응이다. 홍콩과 중국,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축구와 관련한 어떤 형태의 도박도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싱가포르도 국내 프로축구인 S메치 경기만 엄격한 통제 아래 허용될 뿐 다른 축구 도박은 불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남아의 축구 도박 열풍은 식을 줄 모른다. 리그별 승자나 우승국을 맞히는 도박은 물론이고, 코너킥ㆍ파울ㆍ드로인을 먼저 따내는 팀 알아맞히기 등 도박의 종류도 다양하다. 전문 내기꾼들의 도박은 전화와 인터넷을 통해서도 이뤄져 경찰의 단속망을 교묘히 피하고 있다.
태국 ABAC풀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방콕에서만 약 40만명이 2억 700만 달러를 월드컵 도박에 돈을 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25%는 프랑스가 2연패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고 아르헨티나(17%)와 잉글랜드(14%)가 우승후보 뒤를 이었다. 또 한국과 일본 중국등 아시아 3개팀이 모두 16강에 진출한다는데 많은 돈을 걸었다.
홍콩에서도 축구 중계를 보면서 우승팀에 베팅하는 현장도박이 성행하고 있다. 홍콩에서는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경찰의 도박단속으로 5,790만 달러가 압수되고 49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마카오에 본부를 둔 세계적인 도박전문 웹사이트인 g-win.com은 월드컵 기간동안 축구도박 수익의 35%가 동남아에서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지난달 불법 축구도박 단속에서 복표조합장과 사업자 등 18명을 검거했으며 홍콩경찰도 지난해말 120명을 체포하고 2,400만 달러를 압수했다. 태국에선 이미 지난 1년동안 도박업자 등 수백명이 불법 축구 도박으로 체포됐다.
태국 경찰은 “그동안 축구도박꾼들은 유럽지역 경기를 생중계로 보기 위해 주말마다 새벽 3~4시까지 밤을 새웠지만 이번 월드컵은 시차도 없는 아시아에서 열리는 만큼 도박이 더욱 성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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