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에서 10까지 사랑의 편지 ' / 수지 모건스턴 지음조숙하다 못해 폭삭 늙어버린 소년과 생기발랄한 여자 친구, 그리고 10년만에 상봉하는 아버지를 통해 청소년의 밝은 면모와 가족애를 그린 모건스턴의 소설이 번역, 출판됐다.
여든살 할머니와 함께 사는 어네스트는 갓 태어난 자기를 버리고 떠난 아빠에 대해 상처가 있는 열한살짜리 소년이다.
늘 정장 차림에 학교와 집만 시계추처럼 오가며 고정된 일상을 지내는 어네스트. 어느 날 빅투와르란 여자 아이가 전학 온다.
타오르는듯한 눈빛에 생기있는 얼굴, 볼록한 뺨, 빨간 머리띠로 쓸어 넘긴 검은 머리카락, 조금도 꺼질 줄 모르는 담대함과 배짱, 재기발랄하고 유머스런 입담.
엄마 아빠는 물론 형제가 열세명이나 되는 천방지축 열혈여아는 전학 첫날부터 어네스트와 단짝이 돼 생기를 불어넣는다.
한편 어네스트는 할머니를 통해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떠나버린 아빠에 얽힌 비밀을 풀려고 노력한다.
그러던 어느날 아빠가 쓴 책을 우연히 발견하고 출판사를 통해 아빠의 주소를 알아내 편지 한 통을 부친다.
얼마 뒤 그 아빠로부터 편지 한 뭉치가 날아온다. 엄마를 땅에 묻고 혼자 버티기도 힘에 겨워 아들 곁을 떠날 때부터 어네스트로부터 편지를 받기까지 10여년간 쓴 편지들이었다.
결국 어네스트는 아빠와 상봉하고 아빠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회복한다. 그리고 할머니, 빅투와르와 함께 여름방학을 아빠의 집에서 보내게 된다.
따뜻한 가족애는 물론, 다소 엉뚱하고 대조적인 환경 설정, 톡톡 튀는 언어 구사가 돋보인다. ‘왕자는 멋있고 공주는 예쁘다’는 통념을 뒤집은 것도 재미있고 통쾌하다.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엉뚱이 소피의 못말리는 패션’ 등으로 국내에도 알려진 작가는 이 작품으로 프랑스 토템상, 벨기에 베르나르 베르셀상, 미국 밀드레드 배첼더아너상을 받았다.
작가는 1945년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나 프랑스 유학중 남편을 만나 지금은 니스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틈틈이 동화와 청소년소설을 쓰고 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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