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들이 사용하던 옛 장(欌)의 아름다움과 기능이 책으로 소개됐다.서울 답십리동에서 고가구상을 운영하는 정대영(丁大英ㆍ53)씨의 ‘한국의 장’이 그것. 정씨는 1993년에는 또 다른 종류의 옛 가구인 궤를 소개하는 ‘한국의 궤’를 출간했었다.
장과 궤는 우리의 대표적 옛 가구지만 일반인들은 그 차이를 잘 모른다. 궤가 널과 널을 6면으로 짜맞춘 가구라면 장은 골주(骨柱ㆍ기둥)를 세우고 거기에 널을 끼워 넣었다.
장은 쓰임새에 따라 책장 옷장 찬장 등으로 나뉘지만 궤는 책이든, 옷이든 주인이 귀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넣어두는 가구다. 장은 키가 크고 가로가 짧은 반면, 궤는 가로가 길고 키도 작다.
‘한국의 장’은 이 중 장을 용도별로 구분해 350여장의 컬러 사진과 함께 싣고 있다. 책에 나오는 장은 그가 보관중이거나, 판매한 것들이다.
정씨는 장을 집에 비유한다. “기둥을 세우고 벽체를 세워 막고 문도 만들어야 하는 등 집을 짓는 과정과 비슷하고 튼튼하고 보기에도 좋아야 하고…”
제작 과정이나, 주인의 손때가 묻기는 현대식 장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옛 장에는 손으로 나무를 자르고, 못질을 하고 망치질을 한 정성이 묻어있다. 지금처럼 기계가 많이 동원된 것은 아니다.
정씨가 옛 장에서 자연과 함께 하려한 선조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가공을 최대한 줄이고, 나무 재료만 썼으며 모양이 단순하고 소박한 것도 마찬가지.
물론 옛 장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베야 했지만 한번 만들면 50년이고 100년이고 사용했기 때문에 남벌했다고는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책에 소개한 장 가운데 나이가 많은 것은 150년이나 되는데 정씨는 이런 장을 대부분 중간 상인을 통해 수집했다.
70년대에는 지방 상인과, 시골 집을 돌아다니며 장을 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좋은 옛 장 만나기가 어렵다고.
특히 애착이 가는 장은 경기 용인에서 구입한 삼층장.
도자기에서나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곡선형 다리를 갖고 있으며 그 다리도 본체와 독립해 만든 특이한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남아있는 옛 장 가운데 상당수가 일제를 거치며 원래 모습과 많이 달라졌고 그것들이 전통 장으로 잘못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이다.
“원래 옛 장은 자물쇠 장식 못 등을 같은 재질로, 같은 솜씨로 만들었어요. 하지만 일제시대에 대패 등 연장이 좋아지고 공정이 분업화하면서 제작 과정의 정성이나 통일미가 줄어들었지요.”
정씨는 따라서 이제는 옛 장의 모습과 만드는 방법을 고스란히 복원하는 일과 거기에 창의력을 추가, 현대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옛 장을 만들 때가 됐다고 강조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74년부터 고가구상을 하다가 장과 궤 전문가가 된 정씨는 ‘한국의 궤’만 낸 뒤 아쉬움을 느끼던 중 일본 고미술계로부터 우리 장을 다룬 책의 출간을 요청받고 이왕이면 한글 책을 낸 뒤 일본어로 번역해 내야겠다는 마음에서 ‘한국의 장’을 출판했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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