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은 조폭을 다시 끄집어냈다.‘4 발가락’은 전라도 출신 깡패들의 무지막지한 서울 적응기이다. “자꾸 씹다 보면 조금이라도 단물이 나오겠지”라고 믿는다면 큰 착각. 한때 조폭영화가 재미있는 구석도 있었지만 ‘4발가락’에는 특별한 아이디어도, 변주도 없다.
보통사람들이, 혹은 대중매체가 조폭에 대해서 지니고 있는 고정관념을 다시 나열할 뿐이다.
검은 양복을 차려 입고 어깨에 힘을 잔뜩 넣은 아우디(허준호), 르까프(이창훈), 각그랜져(박준규) 해태(이원종). 고등학교 때부터 의리로 뭉쳤던 넷은 서울로 올라와 중간급 보스로 성장하고, 세력확장을 위해 라이벌조직과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그렇다고 우정과 의리를 생명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조폭도 아니다. 이들의 발가락이 네 개 뿐인 것은 의리의 징표로 하나를 잘랐기 때문이 아니다.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한 자해거나, 타고난 기형이기 때문이다.
‘영웅본색’의 주윤발의 폼도 잡고, 검사와 조폭의 공생관계로 사회 비판도 흉내낸다. 판타지, 만화 컷을 모방한 컴퓨터그래픽 등 잡다한 시도도 많다. 그러나 난데없이 스토리 속에 끼어 든 금도끼 전설처럼 어이없다.
정성모 김갑수 안석환 정은표 등 쟁쟁한 조연들이 이렇다 할 소득 없이 망가지는 것도 안타깝다. ‘돈을 갖고 튀어라’의 시나리오 작가 계윤식의 감독 데뷔작. 17일 개봉.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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