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대통령선거는 이전 어느 때보다도 후보간에 대립각(角)이 뚜렷할 전망이다. 유력 주자인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거의 모든 부분에서 확연히 대비되기 때문이다.따라서 향후 선거전의 대결적 양상이 보다 선명해 지면서 유권자들의 선택 행위에도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3~15대 대선의 경우 후보간에 지역 또는 정치 배경이 크게 달랐을 뿐 이념이나 정책, 지지 기반에선 큰 차이가 없었다.
후보의 성격과 지지층이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후보 자신, 정당, 지지계층 및 세력간 신경전과 경쟁이 과열돼 국론 분열, 선거 혼탁, 극심한 후유증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 이념과 정책
이 후보는 보수, 노 후보는 진보의 색채가 뚜렷하다. 이전 대선에 나섰던 후보들이 대부분 보수의 큰 테두리 안에서 약간의 스펙트럼 차이만 보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전 자체가 보수 대 개혁, 진보의 이념 대결이 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두 후보의 공약을 비교해 보면 이 후보는 보수 중산층, 재계 친향적 정책이 많이 눈에 띤다. 이에 비해 노 후보는 중산 서민층, 근로자 우선적인 정책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성장, 노 후보는 복지쪽에 정책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이념ㆍ정책 공방이 결국 이전 대선에서 보았던 해묵은 색깔론의 재연 수준에 그치리라는 비관론도 있다. 그러나 두 후보 진영 모두 건전한 정책 대결을 벌인다면 선거 문화의 발전을 가져 올 수도 있다.
■ 정치역정
두 사람이 정계 진출 후 걸어온 길도 너무나 다르다. 이 후보는 1996년 정계 입문 때 이미 ‘스타’였다. 집권당 총선 선대위원장이 첫 당직이었고 이후 집권당 대표, 총재, 대선 후보의 탄탄대로를 걸어 왔다. 전국구 의원 두 번에 지역구 경험은 재ㆍ보선을 한 번 치러 당선된 게 전부. 대선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반면 노 후보는 총선 재ㆍ보선을 합해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5번, 광역단체장 선거 1번을 치르며 ‘밑바닥’부터 올라 왔다. 14대부터 16대까지 총선 때는 “지역구도상 되기 어려운 줄 잘 알면서도”부산만 고집했다. 대통령자리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 출신배경과 나이
흔히 이 후보는 귀족적인 이미지, 노 후보는 서민풍으로 대비된다. 실제 이 후보는 친가와 외가가 모두 명문이다. 학력은 ‘KS(경기고 서울대)’에 친ㆍ처가쪽 혼맥도 화려하다.
노 후보는 가난한 농가 출신이다. 부산상고 졸업이 최종 학력이고 독학으로 사법고시에 합격, 자수성가한 스타일이다. 친ㆍ처가도 모두 평범하다. 노 후보측의 중요 선거운동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귀족 대 서민의 대결’이다.
연령면에서도 두 사람은 10살 차이가 난다. 이 후보는 올해 67세이고, 노 후보는 56세이다. 민주당은 이를 걸어 세대교체를 주이슈로 삼으려 하고 있다.
■ 지지기반
두 후보의 이념, 출신 배경, 나이의 대비는 곧바로 지지기반의 차이로 연결된다. 이 후보는 보수ㆍ중상류층에서 강세를 보인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노 후보는 상대적으로 개혁 진보ㆍ서민층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권자 나이면에서 이 후보는 50대 이상의 장ㆍ노년층, 노 후보는 20, 30대의 청년층에서 우위를보인다. 한국일보ㆍ미디어리서치의 7일 여론조사 결과 20ㆍ30대 유권자 층에서 노 후보는 각각 57.9%와 54.1%의 지지를 얻었다.
이 후보는 각각 27.4%와 32.8%의 지지율에 그쳤다. 이에 비해 50대와 60세 이상에서는 이 후보가 46.5%와 46.4%의 지지를 얻었지만 노 후보는 31.3%와 23.9%로 약세였다.
■ 당과의 관계
‘이회창=한나라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후보는 총재시절 제왕적 리더십이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자금과 조직면에서 모두 당을 장악했었다. 하지만 노 후보는 당 내부로부터 별 도움을 받지 않고 자력으로 대선 후보를 따냈다.
소속 의원들이 “노 후보에 대해 우리도 잘 모른다”고 말할 정도로 당내 기반이 두텁지 않다. 당과 일체감을 형성하는 게 노 후보에겐 급선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 같은 극과 극의 차이와 달리, 지방선거결과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에서는 두 후보 모두 비슷하다. 특히 두 사람이 똑같이 부산시장 선거 결과를 중시하고 있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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