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파이’류의 영화는 부모들이 아이들의 성적(成績)을 고민하는 것 이상으로, 아이들은 성적 (性的)고민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물론 영화에서 보여준 것은 그들의 각종 섹스 경험담이지만.‘40 데이즈 40 나이트’(40 Days, 40 Nights)는 금욕을 주제로 삼았다. 그러나 욕망이라는 것은 그것을 발산하건 자제하건 눈길을 끌기는 마찬가지.
그래서 이 금욕에 관한 영화는 동시에 섹스에 관한 영화가 된다. 심각한 질문이 아닌 솜사탕처럼 가벼운 금욕에 관한 보고서.
웹 디자이너 매트(조쉬 하트넷)은 샌프란시스코의 잘 나가는 닷컴 키드. 여자 친구에게 실연당한 그는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하게 되면 천정이 무너지는 환상에 빠지는 심각한 후유증을 앓는다.
신부가 되려고 수련중인 형에게 매일 고민을 토로하던 그는 사순절을 맞아 40일 동안 금욕생활을 선언한다. 그러나 빨래방에서 매력적인 여성 에리카(새닌 소사몬)을 만나면서 금욕생활은 위기를 맞는다.
그의 금욕 생활은 마치 게임같다. 닷컴 기업의 동료들은 그를 주제로 게임 사이트를 개설해 금욕일수를 알아맞추는 도박을 하고, 여자들은 돈을 따기 위해 그에게 대놓고 달려든다. 음란사이트를 폐쇄하는 것이 일인 인터넷 보모 에리카 역시 매트의 정체(?)를 인터넷으로 알아버린다.
여자의 육체에 무관심한 남자에게 여자들은 더 끌리게 되고, 동생의 고해성사를 듣던 신부인 형이 파계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욕망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만들었던 영화사 워킹타이틀과 ‘개와 고양이에 관한 진실’을 만들었던 마이클 레만 감독은 경쾌한 섹스 코미디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차분하다 못해 좀 암울해 보이는 ‘블랙호크다운’의 조쉬 하트넷은 한결 밝은 이미지의 매력적인 20대 청년으로 거듭났고, ‘기사 윌리엄’에서 눈에 띄는 미모를 과시했던 하와이 출신의 새닌 소사몬이 현대물에서도 쓸만한 재목임을 증명했다.
‘개와 고양이…’에서 밤새 전화 통화만으로도 남녀가 충분히 절정을 맞을 수 있다고 주장했던 감독은 이번에도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꽃 한송이를 갖고 애무하는 것 만으로도 더 없이 만족할 수 있다고 설파한다.
갖가지 섹스 유머와 장면이 민망하기 보다는 깜찍해 연인끼리 보기에 적당한 영화. 10일 개봉. 18세 관람가.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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