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사장’이 이끄는 일본 닛산(日産)자동차 신화가 계속되고 있다.닛산은 10일 지난 회계연도(2001년4월~2002년3월)에 3,720억엔의 순익을 냈다고 발표했다.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닛산은 이로써 지난해(3,310억엔)에 이어 2년 연속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며, 혼다를 제치고 일본 2위 자동차 회사로 부상했다. 올해는 순익 3,800억엔과 매출에서 전년보다 3,000억엔 증가한 6조5,000억엔을 계획하고 있다.
닛산 부활의 주인공은 카를로스 곤(48)사장. 그는 이날 3년 목표로 내건 ‘닛산 재생프로그램’을 1년 앞당겨 실현했다며, 향후 3년간 실행될 새 경영 프로그램인 `닛산 180' 을 공개했다.
이 계획은 2005년 3월까지 내수시장 점유율을 10년 전 수준인 22.5%로 회복시키고, 미국시장도 6.2%를 차지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는 전년 미국시장 점유율 3.7%의 2배 수준으로 혼다(6.0%)를 넘어 도요타(8.8%)와 경쟁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쟁업체들도 구조조정 전문가에서 탁월한 경영가로 변신, 제2의 성공을 이끌어내려는 그의 공격경영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10년 불황의 터널에 갇힌 일본경제를 성공무대로 삼는 그의 계획이 무모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어려움 속에서 곤 사장은 연구개발 투자를 작년에 매출의 3.8%, 올해는 4%수준까지 늘려 경쟁력을 높여왔다는 평가다. 닛산은 이를 토대로 올해 13종, 내년부터 3년간 22개의 추가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곤 사장의 지난 3년 행적은 섬나라 일본의 기업풍토에서 불문율을 깨뜨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1999년6월 프랑스 르노의 부사장에서 닛산의 최고 운영책임자(COO)로 파견된 곤은 ‘흑자를 못 내면 스스로 퇴진하겠다’는 배수진을 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종업원 2만1,000명 감원과 공장 5곳의 폐쇄가 추진됐고, 조직쇄신도 뒤따랐다. ‘회사가 문제이지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는 직원들의 말을 ‘최악의 상황’으로 판단한 그는 팀제를 도입해 파벌주의를 타파하고, 일본 특유의 연공서열에도 메스를 가해 유능한 인재를 발탁했다.
일본에 파견된 초기에 언어 등 문화적 갈등에 대한 우려를 ‘사치’로 치부한 그는 오전 7시에 출근, 밤 11시에 퇴근하는 솔선수범으로 조직을 살려냈다.
여기에 편한 이미지가 합해진 그의 별명은 ‘세븐일레븐’. 브라질에서 레바논계 부모 아래 태어나 프랑스에서 교육 받은 그가 일본에 이식한 서구식 경영은 일본인들의 예측을 뒤엎고 2년 만에 성과를 드러냈다.
COO 1년 뒤 사장 겸 최고 경영책임자(CEO)에 오른 곤은 3년간 적자에 허덕이던 닛산을 흑자로 돌려세웠고, ‘외국인 CEO는 생존할 수 없다’는 섬 나라의 풍토도 일신시켰다.
지난해 일본은 그를 ‘올해의 아버지’로 선정, 환호했고, 닛산 부활을 다룬 서적은 신드롬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의 성공은 아시아 기업들에겐 서구식 구조조정과, 국적을 불문한 능력 있는 CEO 영입의 필요성을 인식시켰다.
이를 높이 산 미 타임지와 CNN은 지난해 ‘가장 영향력 있는 CEO’에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 대신 곤 사장을 1위로 꼽았다.
곤 사장은 2005년 임기가 끝나는 루이 슈웨처 CEO의 뒤를 이어 르노 본사의 CEO까지 겸직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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