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티 젖병으로 우유를 먹고, 큰 아이는 분홍색 키티 가방에 분홍색 도시락을 넣고 학교에 가서 키티 연필로 공부를 한다. 중학생이 되면 키티가 그려진 파우더로 얼굴을 다듬기 시작한다.그러나 키티팬은 소녀만이 아니다. 숙녀가 되어서는 자동차 핸들을 키티 커버로 싼다. 그리고 엄마가 되어서 또 다시 아이 손을 붙잡고 키티 샵으로 향한다.
1975년 일본서 첫 선을 보인 귀여운 고양이 캐릭터인 ‘헬로 키티’는 산리오사를 경영위기에서 건져냈을 만큼 대단한 히트상품이다.
상품 종류만 1만 5,000여종이고, 전세계 매출은 30억 달러(약 3조9,000억원). 키티 상품의 대부분이 여성용임을 감안하면 이같은 시장 규모는 어마어마한 것이다.
키티의 매력은 입이 없고, 눈이 작아 거의 무표정에 가깝다는 것. 이런 무표정은 상품 소비자가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상상의 공간을 제공한다.
때문에 기분 좋을 때는 귀여운 키티, 우울할 땐 슬픈 표정의 키티와 공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캐릭터 미피 역시 무표정이 특징으로 키티의 이러한 강점을 벤치마킹했다.
상품으로서의 키티의 강점은 엄청난 변용 가능성에 있다. 키티는 때로는 샤넬의 핸드백 디자인으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라틴 스타일의 패션이 유행할 때는 특유의 분홍색을 버리고 오렌지 색으로 과감히 변신하기도 한다.
디자이너를 끊임없이 바꾸는 전략으로 어린이와 소녀만이 아닌 여성 대부분을 고객으로 포섭하는 것이다.
키덜트(어린이 같은 어른) 패션의 유행으로 키티의 인기는 또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키티는 소녀 시절로 돌아가고픈,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한 것임을 아는 나이 먹어가는 여성들에게 ‘귀여운 자신’을 확인시켜주는 작은 위안물이다. 바로 그 위안의 대가로 키티는 세계 최강의 캐릭터 중의 하나가 되고 있는 것이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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