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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아동특별총회 개막 / "착취·학대없는 어린이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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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아동특별총회 개막 / "착취·학대없는 어린이 세상을"

입력
2002.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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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거리의 어린이들, 우리는 착취와 학대의 희생자입니다.” 세계 각국 어린이들이 어른들에게 던지는 분노와 눈물의 메시지다.8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막을 올린 유엔 아동특별총회 개막식에서 어린이 대표 2명이 메시지를 낭독하는 동안 189개 국 정상과 고위 대표들은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다. 이 메시지는 각국 대표로 참석한 어린이 400여 명이 개막에 앞서 사흘간 어린이 포럼을 갖고 채택한 것이다.

볼리비아 대표 가브리엘라 아수루디 아리에타(13)양과 모나코 대표 오드리 세이뉘(17)양은 8분 동안 번갈아 읽어 내려간 메시지에서 “우리는 어린이에게 적합한 세상을 원합니다. 왜냐하면 어린이가 대접받는 세상이 어른들에게도 살기 좋은 세상이기 때문이지요”라고 강조했다.

두 소녀는 또 “우리는 좋은 교육과 보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도 우리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라며 “우리의 존재를 인정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이어 “우리는 문제의 근원이 아니라 문제 해결에 필요한 자원이며 비용이 아니라 투자입니다. 어린이 난민 보호와 질 높은 교육, 무료 에이즈 검사, 환경 보호 등 어린이에게 들어가는 돈은 탕감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어린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어른들이 우리에 대한 의무를 받아들일 때까지 싸워나갈 것입니다”라고 맹세했다.

메시지가 낭독되자 각국 대통령과 총리, 국왕 등 정치지도자를 비롯해 영화 ‘제임스 본드’로 유명한 배우 로저 무어,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등 3,000여 관중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메시지 낭독에 앞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 책임을 통렬히 지적하고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잘못의 대가를 치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가을로 예정됐다 9ㆍ11 테러 사태로 연기된 아동특별총회는 10일까지 계속되며 1990년 유엔 세계아동정상회의에서 채택한 아동권리장전 10대 행동계획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게 된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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