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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들 제목소리 찾기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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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들 제목소리 찾기 나선다

입력
2002.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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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스님을 일컫는 비구니(比丘尼). 수적으로는 조계종 전체 스님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지만 비구 중심(比丘ㆍ남자스님)의 종단 운영과 남성 우월의 전통이 강한 절집의 관행에 따라 늘 소외당해야 했던 존재들이다.그러나 전국 7,000여 비구니 스님들이 최근 총본산격인 ‘전국비구니회관’을 완공하고 본격적인 제 목소리 찾기에 나설 예정이다.

서울 서초구 수서동 744번지에 자리잡은 전국비구니회관은 지상 3층, 지하 2층에 연면적 2,500여평 규모의 현대식 건물.

전국비구니협회는 4일 이곳에서 1,000여명의 불자 및 비구니 스님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부처님상을 법당에 모시는 봉불식을 거행했다.

1980년 “비구니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며 ‘비구니들의 1평 사기’운동을 펼친 지 22년 만에 이뤄지는 불사(佛事)다.

앞으로 비구니회관은 비구니를 사찰 경영, 불교 예술, 상담심리 전문가와 포교사로 육성하는 종합교육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를 위해 회관은 대법당 교육관 대강당 강의실 도서관 선방과 12개의 승방을 갖추고 있다.

비구니협회 회장인 광우(光雨ㆍ78ㆍ정각사 주지) 스님은 “그 동안 비구니들은 비구와 똑같이 강원(講院)을 마치고도 적당한 일을 찾지 못해 선방으로만 떠돌아 다녔다”며 “앞으로 회관 내에 불교대학원을 설립해 비구니들을 재교육해 전문 종교인으로 거듭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우스님은 제1호 비구니 대학생으로 1956년 동국대를 졸업했다.

현재 조계종단에 등록된 전체 사찰은 2,700여개. 이 가운데 비구니 사찰은 500여개. 종단에 등록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2,000여개나 된다.

그런데도 중앙종회 의원으로 활동중인 비구니 스님은 전체 81명 중 10명에 불과해 자기 몫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회관 건립을 앞두고 비구니협회가 전국의 비구니 사찰에 거주하고 있는 스님 약 6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비구니 스님의 위상에 대해서 ‘높다’는 응답은 6.7%에 불과한 반면에 ‘낮다’는 응답은 65.2%였다.

비구니 스님들은 그 원인으로 비구 스님들의 잘못된 인식(55.6%)을 가장 먼저 꼽았다. 실제로 비구니는 비구를 존경해야 한다는 팔경법(八敬法)으로 인해 활동에 제약이 많았다.

이 때문인지 비구니협회는 전신인 우담바라회가 1968년 1월 결성된 이래 변변한 회관 하나 없이 지금까지 서울 견지동 조계사 구석의 3~4평짜리 가건물에서 곁방살이를 해 왔다.

광우 스님은 “부처님께서도 비구니 스님들에게 계(戒)를 내릴 때 ‘대법사가 되어 많은 중생을 교화한 후 성불하라’고 말씀하셨다”면서 “비구니가 갖춘 자비와 부드러움, 포용성을 바탕으로 포교에 힘을 쏟고 비구니 스님의 위상 강화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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