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부산시장 후보로 한이헌(韓利憲)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선택함에 따라 노 후보의 정계개편 구상에도 상당한 변화가 오게 됐다.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동의를 얻어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의원을 민주당 후보로 내세우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은 정계개편의 추진 속도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노 후보로서는 민주당과 YS 민주계 등 민주ㆍ개혁 세력의 전면적 재결집을 위한 기회 포착을 6ㆍ13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한 전 수석도 YS의 핵심 측근이라는 점에서 노 후보의 과거 언급대로 6ㆍ13 지방선거 이전의 변화는 ‘상징적 수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나라당내에 포진하고 있는 일부 YS 측근세력은 “박 의원의 한나라당 탈당 등, 지방선거 전에 특정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모양새를 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력 건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들도 지방선거 이후의 정치지형에 따라서는 노 후보와 연대할 수 있는 여지도 남겨 두고 있다. 결국 지방선거 결과가 정계개편의 규모와 강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된 것이다.
노 후보와 민주당으로서는 YS의 침묵으로 부산시장 선거승리를 위한 여건은 다소 나빠진 셈이다.
노 후보가 9일 부산시장 후보 확정 사실을 공개한 뒤 곧바로 한 전 수석을 만나 부산시장 선거준비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부담의 표현이다.노 후보는 이 자리에서 "나의 지지기반은 중산층과 서민이고 한 전 수석은 중산층 이상에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이것이 합쳐지면 훨씬 지지 폭이 넓어질것"이라면서 선거전략의 일단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 전 수석도 이날 잰 걸음을 옮겼다.그는 노 후보를 만나기 앞서 김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을 찾아가 "민주당 후보로 부산시장선거에 나가 열시히 뛰겠다"는 뜻을 밝혔다.한 전 수석은 "YS는 말없이 듣기만 했다"고 전하면서 "반대하지 않는 것이 마음으로부터의 격려라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고태성기자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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