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이 아니었으면 우리 모두 저 불구덩이에서 나오지 못했을거예요….”장애인들을 헌신적으로 돌봐 온 60대 목사가 화마(火魔) 속에서 장애인 10여명을 구하고 자신은 끝내 숨졌다.
9일 새벽 2시 10분께 충남 부여군 부여읍 신정리 장애인복지시설 임마누엘 복음복지관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다.
매케한 연기에 놀라 일어난 이 시설 운영자 표병구(表炳球ㆍ62) 목사는 장애인 19명이 잠자고 있는 방 4곳을 돌며 “불이야”라고 소리치며 이들을 깨워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는 2차례나 더 화염에 휩싸인 복지관에 뛰어들어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등에 엎고 나오는 등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그는 인원을 확인하다 3명이 아직 안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곤 또 다시 불길 속으로 뛰어 들었다. 그것이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는 변영우(66)씨 등 장애인 3명과 함께 하늘나라로 갔다.
표 목사에 의해 구출된 김복경(42)씨는 “목사님은 새벽녘이면 우리 방을 돌아보며 이불을 덮어주고 자신은 먹지 못해도 우리에게는 하나라도 더 먹이려 했다”며 “결국은 목숨까지 던지셨다”고 애통해 했다. 독실한 신자였던 그는 건축사업과 약초상 등을 해오다 장애인을 위해 여생을 바치기로 하고 1998년 폐교된 송간초등 신왕분교를 임대해 오갈 데 없는 장애인과 치매환자 등을 무료로 돌봐왔다.
지난해 뒤늦게 입학한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았으나 장애인들을 두고 교회로 갈 수 없다며 복지관 한켠에 조그만 예배실을 만들고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해 왔다.
그러나 이 복지관은 자선시설임에도 건물이 표 목사 소유 재산이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인가를 받지 못해 당국의 지원이 없었고, 때문에 기름 대신 장작을 땔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
마을 주민들은 “표 목사는 손수 톱과 망치를 들고 폐교를 보수하고 텃밭을 일궈 장애인들의 생계를 이어왔다”며 “어렵게 복지관을 운영했지만 표정은 항상 밝고 친절했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장작을 때는 보일러 과열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인을 조사중이다.
부여=전성우기자
swch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