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9일 “KT 지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 KT 민영화 추진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이 회장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 KT 지분 참여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 사업도 바쁜데 남의 사업에 참여할 여력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이 회장의 이 같은 언급에 대해 “삼성은 KT 지분 참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고 이 회장의 발언 역시 이를 확인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정부 소유 KT 지분(28.36%, 8,857만4,429주) 매각 작업을 추진해온 정보통신부는 이 회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당황하면서도 “삼성의 불참이 KT 지분 매각작업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다른 대기업들의 참여 폭이 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정통부는 그 동안 KT 민영화의 성공 여부가 2조5,000억~3조원에 달하는 전략적 투자지분(지분 15%) 매각에 달려있다고 보고 자금여력이 좋은 삼성의 참여에 공을 들여왔다.
정통부와 KT 관계자는 이날 “반드시 삼성의 참여를 전제로 KT 지분 매각 계획을 수립한 것은 아닌 만큼 당초 계획대로 매각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정통부와 KT는 지분 0.5% 이상을 매입해야 하는 전략적 투자자로 점 찍어놓은 30대 대기업을 대상으로 이미 KT 지분 참여 의사를 타진한 상태.
정통부 관계자는 “주식 매입 시 매입물량의 2배에 해당하는 교환사채(EB) 매입권을 주는 방식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KT의 자산 및 기업 가치 등을 고려할 때 3년 동안 갖고만 있어도 채권수익률이 보장되고 주가가 상승해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큰 수익이 예상되는 EB를 매입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투자자로서 큰 프리미엄이라는 것이다
정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KT 지분 참여 계획을 확정지은 곳은 LG전자와 효성그룹. 롯데그룹과 대림그룹은 아직 검토 단계이고 포항제철은 참여를 적극 검토해오다 최근 최규선 게이트에 휘말리면서 참여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KT 지분 매입을 통해 통신서비스 사업에 진출하려 한다”며 경계하던 SK도 삼성의 불참이 공식화되자 참여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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