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해태제과 본사 대강당. 회사 임직원과 협력업체 관계자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차석용(車錫勇ㆍ49) 사장이 연단에 올라 “해태인은 앞으로 거래처에 대해 일체의 불평등과 차별을 없앨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모그룹의 해체와 함께 부도기업으로 낙인 찍혔던 해태제과가 윤리경영을 내외에 선포한 것이었다.
해태제과는 4년간 법정관리 끝에 지난해 미국의 CVC캐피털과 JP모건, 스위스 UBS캐피털 등 외국계 컨소시엄이 이끄는 글로벌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거듭 태어난 해태제과를 제과의 명가로 부활시키라는 특명을 받은 구원투수가 바로 차 사장이고 윤리경영도 그 일환이다.
차 사장이 지난해 10월 전문경영인으로 들어서면서 외친 일성은 “미투상품(Me too, 유사제품)을 지양하고 독창적 기술력을 높여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자”는 것이었다.
신제품을 출시하면 바로 다음날 경쟁업체들이 베끼는 제과업계의 현실에서 그것은 위험한 실험이었다.
그러나 차 사장은 “미투상품으로 업계를 따라가면 2, 3등은 하겠지만 끝내 1등은 못한다”며 밀어붙였다.
차 사장은 취임 후 지난 6개월의 성적에 대해 “아직 작품을 내지 못했다.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이후 해태제과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 35% 가량 증가했다.
영업사원 일요근무제 폐지, 토요격주 휴무제, 여사원 근무복 자율화 등 그가 주도한 작은 변혁들이 침체한 사내분위기를 쇄신, 실적향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하반기에는 차 사장이 그토록 강조하는 ‘독창적 제품’들도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차 사장은 “비행 조종사는 가시거리가 충분해야 넓게 바라보고 안전운항을 할 수 있는 것처럼 기업도 투명경영이 최우선이다”고 강조한다. 그의 투명경영 의지는 외국계 회사에서 오래 일한 경험에서 쌓인 것이다.
경기고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과 대학원을 마친 그는 세계적 생활용품 제조사 P&G에 입사, 13년 동안 일했다. 1997년 P&G아시아 본부로 움직이면서 쌍용제지 인수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사장으로 부임한 것이 국내에 돌아오게 된 계기다.
차 사장은 “미국 등 선진기업은 객관화한 자료를 바탕으로 경영을 하는데 비해 한국 기업들은 주관적 잣대를 너무 내세운다”고 지적했다.
해태제과는 2004년 상장을 목표로 기업 정상화에 전력을 쏟고 있다. 차 사장은 “현재 60% 수준에 불과한 공장가동률을 높이고 아웃소싱을 줄인다면 앞으로 희망은 밝다”며 목표달성에 자신감을 보였다.
김정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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